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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②] 이정현 “대권주자 위험한 줄타기로 끌어들이는 ‘곡예전대’ 안돼”

“새누리당, 진짜 전국정당 만들 것…‘의도적 호남 포기전략’ 폐기하겠다”


[헤럴드경제=이형석ㆍ이슬기 기자] 적진에서 23년을 홀로 부대끼며 아군을 만든 ‘우공(愚公)’에게서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영남당’으로 불리던 새누리당에 ‘호남’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선물,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만들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그래서 이정현 의원<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헌신하려 하지만, 보상을 바라고 집단을 만드는 일은 하지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여전히 당을 점령한 계파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당의 대권주자를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위험에 빠뜨리는 ‘곡예정치’는 안 된다”고도 했다. 최근 단일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일부 비박(非박근혜)계 당권 주자를 향한 일침이다.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와 대선에 대해서는 “당의 의도적 호남 포기전략을 폐기하겠다”며 “야당처럼 듣고, 여당처럼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집권 여당의 당 대표 후보로서 현재 우리 정치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나.

▶최악이다. 새누리당이 딛은 땅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아무리 경제정의와 서민 정치를 외쳐도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믿지 않는다. 서민들은 등에 땀이 줄줄 흐르도록 열심히 일하는데, 정치인들은 힘 있는 단체 또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국민을 자꾸 가르치려 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청을 해야 한다. 총선 직후부터 홀로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배낭투어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정치인이 시각과 인식, 행동을 바꿔야 피부에 와 닿는 해결책이 나온다. 당 대표가 되면 소속 의원 129명을 2~3명 단위로 나눠 방방곡곡 아픔이 있는 곳에 보낼 참이다. ‘설득하지 말고 경청하고 오라. 철저히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살피라’는 의도다.

-집권 여당의 의원들이 야당의 시각으로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 생소하다.

▶그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여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대하니 자꾸만 “그것이 아니라 이것입니다”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살피라는 것은 “아 그렇습니까”하면서 경청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집권 여당의 도리이자 책무다. 우리는 두 가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권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수레바퀴의 한 축인 동시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일원이다.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보고, 이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그런 ‘감동’이 쌓였을 때 비로소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이것이 내가 내세우는 ‘서번트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의 중간점수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정부가 지난 3년 5개월간 추진해 온 일들은 아직 모두 ING(현재진행) 상태다. 평가를 논하는 것은 섣부르고, 정부를 인기영합주의로 이끄는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박근혜 정권이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나쁜 정책은 일관성이 없는 정책이다. 업적 쌓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느리지만 확실히,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으려 한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호남 의원이 보수여당의 당 대표가 된다는 것은 정치사에도 큰 사건이다. 보수의 대대적인 외연 확장이 가능할까?

▶새누리당은 전국정당을 외쳐왔지만 사실상 영남정당이었다. 그런데 집권 여당이라면 국토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30여 년간 민주당이 호남을 싹쓸이해온 것은, 야당이 나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못한 것이다. 한 마디로 새누리당은 ‘의도적 호남 포기전략’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 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23년을 현장에서 부대끼며 호남에서 당선된 이정현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진정한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난 50여 년간 도저히 깨지지 않던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기회도 될 것이다. 내가 당 대표가 되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쇄신이자, 새누리당의 가능성을 여는 길’이라고 감히 말씀드리는 이유다.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계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래도 승리하려면 친박계의 조직표가 중요하지 않나.

▶나는 어떤 사람이나 세력을 위해서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적하는 상대는 한국정치 70년사에 깃든 기득권이다. 정치권에서 보낸 33년 동안 많은 세력의 흥망성쇠를 봤다. 지금 주류라고 불리는 세력도 언제 소멸하거나 위치가 바뀔지 모르는데, 그것만 바라보는 정치는 하수의 정치다. 별도의 세력을 만들거나, 휩쓸려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파나 파벌은 반드시 ‘보상’을 전제로 움직인다. ‘자리’나 ‘공천’ 같은 대가를 위해 적을 만들어 싸우는 것 자체가 구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기에 그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의구심도 없이 헌신할 것이다.

-그렇다면 친박 핵심의원들의 만찬이나, 비박계의 단일화 논의는 어떻게 보나.

▶양측 모두 어떤 일이든 당 대표 경선을 의식한 행위라면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당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줄을 세우는 일부 후보의 행태가 있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 이는 자기 자신의 정치적 미래뿐 아니라, 대권주자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곡예정치’다. 이용하려는 쪽이나 이용당해주는 쪽이나 모두 중단해야 한다. 당의 화합을 이끌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나서서는 안 될 사람들이 이쪽, 저쪽 편을 드는 모습에 국민은 혀를 찰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다면.

▶나는 아니다. 당 대표가 돼 새누리당과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최고, 최대의 목표다. 내가 닦아놓은 고속도로를 호남 출신 여당 대선후보가 지나갈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히 그 주체가 나는 아니다. 나는 나의 그릇을 잘 알고 있다. 그저 대한민국의 정치와 정치인을 바꾸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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