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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기괴하지만 매혹적인 ‘그로테스크’…찜통 더위 날리는 ‘스릴러 뮤지컬’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그야말로 ‘납량(納)’이 필요한 때다. 무서운 귀신 이야기나 끔찍한 공포물만큼 머리털을 바짝 서게 만드는 것도 없다. 실제로 공포 영화를 본 사람의 체온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니, 여름만큼 스릴러가 어울리는 계절도 없다.

최근 공연계에서도 피비린내 진동하는 잔혹 뮤지컬 한 편이 객석점유율 90%를 웃돌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스릴러 뮤지컬로 불리며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스위니 토드’<사진>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지독히 불행한 운명에 휘말린 이발사 스위니 토드가 원수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다. 억울한 누명과 그에 따른 잔혹한 복수란 여러 비극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독특한 설정과 기괴한 연출로 차별화를 꾀했다.

토드가 2층 이발소에서 면도칼로 손님의 목을 그어 살해하면, 1층 파이가게에서 그를 돕는 러빗부인이 그 주검으로 파이를 만들어 판다. 인육파이의 놀라운 맛에 반한 손님들은 1개만 더 달라며 아우성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 광경에 관객들은 순간 얼음이 되기도 하지만, 토드와 러빗이 꾸미는 “미용업과 요식업의 혁신적 콜라보레이션”을 그저 입 벌리고 감상하게 된다. 어떨 때는 “하하하” 웃기도 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이 끔찍한 광경은 예술에서 괴상하고 환상적인 것을 표현할 때 쓰는 ‘그로테스크(grotesque)’ 기법으로 연출됐다. 흔히 극도로 흉측하고 부자연스러운 것, 우스꽝스러운 것을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한다. ‘스위니 토드’에선 토드가 면도칼로 사람들의 목을 그으면 시뻘건 피가 솟구치는데, 이는 신체의 절단이나 훼손을 통해 끔찍함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몸과 이질적 요소인 음식과 결합되면서 괴기스러움은 배가된다.

특히 1막 마지막 토드와 러빗이 목사, 소설가, 변호사, 해군, 재벌2세, 의사 등을 파이로 만들었을 때의 맛을 상상하며 부르는 넘버는 기괴함의 정점이다. 이들 표현에 따르면 “목사는 깔끔하고 순한 맛, 소설가는 부실하고 감동 없는 맛, 해군은 바다향 가득하고 짭짤한 맛”이다.

그로테스크 기법은 끔찍함과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사회 비판적 요소로 쓰이기도 한다. 빈곤이 만연하고 부도덕이 판치는 시대, 생명이나 윤리 등 중요한 가치를 전복시켜 사회적 혼란을 반영하는 것이다.

토드와 러빗이 만들고자 하는 인육파이 역시 당대 상위 계층이 재료이자 비판의 대상인데, “윗놈이 아랫놈 식사거리”라는 풍자가 더해면서 블랙코미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심장을 옥죄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괴기한 장면, 귀를 찌르는 듯한 불협화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한 발짝 물러선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로 꼽히는 조승우와 옥주현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덤이다.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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