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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그림 판매는 무죄…보증서 위조는 유죄?
美 매거진 사이트, 위작소송 사건 소개
모네·마네 등 위작 예술품 딜러 무죄
‘가짜 보증서’ 발급한 사람은 유죄 판결
이우환 위작논란 ‘예술적 판단’ 별개로
진품감정서 등 발급한 갤러리·작가
‘사법적 판단’ 확대 가능성 주목



경찰의 이우환 위작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압수된 13점의 진위를 놓고 경찰과 이우환 작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나서 “배후 세력을 조사하겠다”고 선포했다. 이 씨와 거래해 온 대형 갤러리들을 정조준한 발언이다.

미술계에서는 작가의 ‘예술적 판단’과는 별개로 어떻게든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작가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위조범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가짜로 판명난 모네 그림(왼쪽)과 르누아르 그림. 미국 뉴욕포스트 ‘페이지식스’는 뉴욕 알스콤의 위작 관련 소송을 보도하며, 위작에 첨부된 가짜 보증서의 위법성을 꼬집었다. 국내에서도 이우환 작가의 위작 사건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경찰이 위작으로 추정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조작된 감정서(K옥션 압수품)와 작가확인서가 첨부돼 있어 눈길을 끈다. [출처=Art Experts Inc.]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끈다. 위작을 산 갤러리 주인과 딜러들 간의 소송 사건인데, 주목할만한 건 위작을 판 사람들은 무죄를 받고 ‘가짜 보증서’를 만든 사람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뉴욕포스트의 매거진 사이트 ‘페이지식스(Page Six)’는 지난 6일 ‘3100만달러의 돈과 명예를 앗아간 가짜 모네, 르누아르 그림(Fake Monet, Renoir paintings cost dealer $31M and his reputation)’ 제하의 보도에서 미국 뉴욕에서 6년째 진행되고 있는 위작 소송 사건을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서 알스콤(Alskom) 갤러리를 운영하는 알렉스 코몰로프(72)는 자신의 과거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상대로 6년째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코몰로프는 지난 2005~2007년 예술품 딜러인 데이비드 시걸과 모하메드 세리로부터 3000만달러(약 340억2000만원) 어치의 모네, 블라맹크, 피카소, 마네 그림을 샀다. 또 2011 뉴욕에서는 ‘유니버스 앤티크(Universe Antiques)’를 운영하는 골동품상 잭 샤울로부터 르누아르 그림을 120만달러에 샀다.

이 그림들은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을 구입한 코몰로프가 플로리다에 있는 미술품 감정 평가ㆍ인증 회사인 ‘아트 엑스퍼트(Art Experts Inc)’에 작품의 진위 여부를 물었고, 이 회사가 가짜라고 결론을 내린 것. 코몰로프는 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짜 그림을 판 시걸과 세리는 법망을 피했다. 그런데 샤울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가 발부한 ‘가짜 보증서’가 발목을 잡은 것.

코몰로프의 변호사는 “가짜 보증서는 진짜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이 때문에 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내 의뢰인은 4000만달러를 손해봤고 명성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샤울은 이 가짜 보증서를 포함한 몇 건의 예술품 보험 사기와 연루돼 40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이우환 위작 수사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경찰은 “압수된 위작 4점에 진품 감정서 3개와 작가 확인서 1개가 첨부돼 있고, 이것이 대형 갤러리와 화랑들을 통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우환 작가 역시 진품인 것을 확신하고 작가 확인서를 써줬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은 “작가의 진품 고수 배경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진품감정서와 작가확인서 같은 보증서를 발급한 작가와 갤러리까지 ‘사법적 판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포석이다.

미술계 한 인사는 “갤러리로서는 보증서를 믿고 팔았다고 하면 그뿐이지만 보증서를 만든 사람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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