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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나비’날갯짓 전설로 남기고…30년 발레인생 2막 여는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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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무엇보다 나의 기분을 상상할 수 없을만큼 가장 업시키는 나만의 액세서리는 ‘땀’이다. 땀이 무슨 액세서리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온수, 냉수를 번갈아 가며 하는 샤워에서 나오는 것이든, 한바탕 운동 후에 나는 것이든,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기분이 업되길 원한다면 오늘 당장 변화를 줘 보자. ‘땀’이라는 액세서리로.” <강수진 자서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中>

한국 나이로 오십.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최고령 발레리나의 은퇴 무대는 뜨거웠다. 극장을 가득 메운 1400여명 관객들은 붉은색 하트가 그려진 ‘고마워요 수진’(Danke, Sue Jin) 손팻말을 일제히 펼쳐 보이며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로 답했다. ‘강철나비’로 불렸던 한국의 발레리나, 강수진(49)이 지난 30년간 흘렸던 ‘땀’에 보내는 찬사였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종신단원이자 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인 강수진이 지난 22일 저녁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30년 발레리나 인생을 마감했다. 1996년 처음으로 주인공 ‘타티아나’ 역을 맡았던 강수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1986년 ‘코르 드 발레’(군무진)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한 강수진은 해외에 공식 진출한 국내 무용수 1호였다. 최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24)이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드라당스(Benois de la Danse)’ 상을 받고, 발레리나 김희선(24)이 헬싱키 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인 첫 그랑프리를 거머쥐는 등, 해외 무대에서 한국 무용수들의 약진으로 이른바 ‘K-발레’ 열풍이 불게 된 것도 그 시작은 강수진이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강수진은 입단 11년만인 1997년 수석무용수로 승격된 이후 지금까지 발레단 최고 무용수 자리를 지켜왔다. 1999년 브누아드라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부여되는 독일 궁중무용가(캄머탠처린)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국립발레단을 이끌고 있다.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강수진은 짧은 기간 동안 국립발레단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클래식 발레 위주에서 벗어나 ‘세레나데’,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신작을 선보이는가 하면, ‘봄의 제전’ 같은 모던발레로 레퍼토리를 다양화했다.

발레단 단원들이 직접 안무하고 공연하는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도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지난 16~17일 강효형, 김용걸 등 국립발레단 전ㆍ현직 스타 단원들이 안무한 작품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토슈즈는 벗었지만, ‘강철나비’의 날갯짓은 계속된다. 내년 2월까지 국립발레단 업무에 집중하며 바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 대신 오늘,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내가 믿는 유일한 것이다”라고 했던 그는, 언제나처럼 지금 그에게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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