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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다 결정해놓고 “소통하겠다”는 국방부, 소통 자세 논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21일 사드 배치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 군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한편으로 사드 배치를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성주 공군 방공포대의 주한미군 양여계획 등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성주 주민들과의 소통 의지를 보였지만, 국방부가 말하는 ‘소통’에는 정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 국방부는 이날 반복해서 ‘성주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소통 자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지역 논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지역주민들께서 말씀하시는 바를 경청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성주 군민들과 소통할 일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국방부는 지역주민과 소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에 그 의견을 지금 경청하고 있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그러나 성주에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으니 한미간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주 군민 2000여명이 21일 상경해 서울역광장에서 ‘사드 반대’ 구호를 걸고 평화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 대변인은 한미간 후속조치를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일단은 (주한미군에) 부지 공여를 위한 절차가 진행된다”며 “관련 부지에 대한 설계도 작성, 환경영향평가 등이 한미간, 유관부처간 협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언제쯤 그런 절차가 이뤄질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설계도 작성에 수개월 걸리고, 환경영향평가에도 수개월 걸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진행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지난 13일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지금까지 ‘성주 군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에 대한 부지 양여,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등을 고려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국방부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경청만 할 뿐, 쌍방의 대화가 오고가고 의견을 절충하는 절차는 전혀 거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방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것을 경청과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국민들의 국방부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경북 성주를 찾아 “조금이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할 수가 없다. 하지 않겠다. 안전에 우려되는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정부, 사드 배치 재검토” 제하 기사로 보도하자 총리실은 긴급히 해명자료를 냈다.

총리실 해명자료는 “일부 언론에서 성주 지역주민대표가 ‘황총리는 사드배치를 재검토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가 대통령이 온 뒤 심사숙고해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발언과 관련하여 당시 황 총리는 ‘재검토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지역주민대표들과의 면담과정에게 ‘성주 지역의 민심의 심각성을 잘 알겠고, 그와 관련한 여러 방안들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결국 총리가 성주를 방문한 의도 자체가 대화가 아니라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대화와 소통은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자신의 행동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화 상대자가 대화를 열심히 경청하지만, 오직 듣는 것에 그친다면 허수아비나 목석과 대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성주 군민 2000여명은 21일 상경해 서울역 광장에서 약 2시간 동안 사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대규모 시위를 평화적으로 벌였다. 이날 시위에서 주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이 땅에 사드는 필요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주민들과 대화와 소통을 하겠다는 국방부가 정말 진심으로 대화와 소통의 의지가 있다면 성주 군민들이 온몸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날 시위의 ‘메시지’에 대답해야 한다. 만약 22일에도, 23일에도 국방부가 ‘주민들과 대화와 소통을 하겠다’면서 주민들이 이날 보낸 ‘사드 반대’ 메시지에 계속 묵묵부답으로 대응한다면 국민들은 국방부의 소통 자세에 또 한 번 크게 실망할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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