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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상륙작전③] ‘국가’ 싸움에 ‘한류’ 등 터진다... 사드부터 역사관까지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민간 외교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한류에 적신호가 켜졌다. 발 빠르게 대륙으로 다리를 놓았지만 이제는 퇴로를 다시 놓아야 할 위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확정되면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남중국해 분쟁까지 더해져 한류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드 배치, 심기 불편한 中…한류에 미치는 영향은?= 사드 배치로 문화 산업에 불똥이 튀었다. 사드 배치는 전부터 중국이 극구 반대하던 사안으로, 한중 간의 군사적 갈등뿐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OSEN 제공]

“한류 기업이 사드 배치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한류 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국가 차원에서)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한 말이다. 사드 배치로 한류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건 인정하면서도 “민간 차원의 일이니”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국위선양하던 한류가 하루아침에 팽(烹)당한 모양새다.

연예기획사와 콘텐츠 수출 기업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척박한 내수 시장에서 고사한 문화산업이 한류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와중이라 타격은 더욱 크다.

중국에 본사를 둔 국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3000~5000만원 정도의 공연비를 받았다면, 중국에서는 1억에서 많게는 5억까지도 제시하기 때문에 가요시장에 새로운 활력소였던 건 사실”이라며 “모든 게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아직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로 감정적인 한류 배제로 이어질 수 있어 여러 대안 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KBS2 ’태양의 후예‘ 등 한류 호황을 맞은 콘텐츠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콘텐츠 제작 및 배급사 관계자는 “원래부터 변수가 많은 시장이었다”며 “언젠간 이런 사단이 날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전부터 중국과 역사적 문제 등 민감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데다 국가 간에 갈등이 생기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게 콘텐츠 수출”이라며 “통 크게 콘텐츠 판권을 사가던 중국이 언제 등을 돌릴 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태양의후예‘ 포스터]

▶남중국해 논란부터 ‘쯔위 사태’까지, 한류도 역사에는 못 당해= 한바탕 한류스타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남중국해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지난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이 아닌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자 윤아, 송승헌 등 한류스타들의 SNS에 기현상이 일어났다.

중국 네티즌들은 윤아, 송승헌 등 한류스타들의 SNS 계정에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과 상관 없이 중국의 편을 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에서 계속 돈을 벌고 싶으면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성 댓글도 달렸다. 여기에 필리핀 팬들은 “입장표명을 하지 말라”며 맞대응을 하고 있어 한류 스타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윤아는 지난 4월 방영된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무신 조자룡’에 출연했고, 송승헌은 드라마 ‘가을동화’로 1세대 한류 스타로 자리잡은 바 있다.

이른바 ‘쯔위 사태’도 역사 갈등 때문에 빚어진 참사였다. 지난해 11월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팬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이에 소속사 측은 중국 팬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사진=OSEN 제공]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걸그룹이 속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외국인 멤버를 그룹에 영입하는 건 중국 진출에 있어서 굉장한 메리트(장점)가 되지만 ‘쯔위 사태’ 이후 대부분 기획사들이 역사와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끼라고 가르치고 외국인 멤버들에게 역사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며 “전에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가 컸다면 이제는 중국 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해 한중 외교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중국과 합작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중국 시장을 표현했다. “중국의 한류 열풍으로 더 큰 내수 시장을 얻을 수 있었지만 역사나 외교 문제로 감정적으로 틀어질 수 있어 안전한 시장은 아니라는 걸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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