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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ㆍ EU “터키, 민주주의 준수하라”...나토서 배제 가능성 시사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가담 세력에 대한 ‘피의 숙청’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ㆍEU 등 서방국가들이 터키 측에 민주주의를 준수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사태 초반만 해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선출된 에르도안 정부를 지지했지만, 수습 과정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강경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EU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8개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원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외무장관의 외교 데뷔 무대로 주목받았지만, 터키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민주적 대응을 성토하고 향후 터키-EU의 관계를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터키 정부는 현재까지 군 장성과 판ㆍ검사 등 7543명 이상을 쿠데타 연루혐의로 체포했으며, 전국 공무원 8777명의 업무를 중지시켰다. 쿠데타를 빌미로 정치적 라이벌을 모조리 제거하고 철권통치를 기도한다고 의심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회의에서 EU 외교장관들은 한 목소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복정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터키 정부는 기본권과 법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터키 당국이 민주주의에 배치된 정치 시스템을 시행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장 아셀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도를 넘을 경우 터키와 EU의 관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형제는 터키의 인권상황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터키는 EU 가입을 위해 지난 2002년 사형제를 폐지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쿠데타 주범들을 왜 몇 년간 교도소에서 먹여 살려야 하는가 의아해하고 있다”며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어떤 국가도 사형제를 도입할 경우 EU 회원국이 될 수 없다”며 터키를 압박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개별 전화통화에서 “터키의 사형제 부활은 EU 가입 협상의 종료를 의미한다”며 법치 준수를 요구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날 회의에 참여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나토 차원에서 터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토도 민주주의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필요조건을 갖고 있다”며 수일 내에 터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터키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일 경우 회원국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음을 압박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터키는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놓고서도 미국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그런 테러리스트를 데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그 인물을 터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재차 귈렌의 송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직 정식 인도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정식 인도 요청을 위해서는 (귈렌이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진실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이 이처럼 터키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에르도안 정부의 정치적 탄압 때문에 새로운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지난 3월 맺은 EU-터키 간 난민송환협정을 이행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난민들이 터키 내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키에 대한 공세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 경우 시리아 난민 및 IS 격퇴 문제 등을 놓고 진행돼 왔던 공조관계가 깨질 수도 있어, 서방 국가들은 모종의 강경 노선과 온건 노선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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