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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美 ‘잔디왕’의 선견지명?…‘마리화나 산업화’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사람 사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풀’이다. 미국에는 이 풀을 이용해 업계 최대 회사를 키워내 거부가 된 인물이 있다. 가정과 각종 시설에 잔디를 비롯한 각종 식물과 그 관리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인 스콧 미라클 그로(Scotts Miracle Gro)의 최고경영자 짐 하거돈(Jim Hagedornᆞ60)이 그 주인공이다.

하거돈이 이끌고 있는 ‘스콧 미라클 그로’는 1951년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란 슬로건을 내세워 세상에 나온 이래 꾸준히 성장해왔다. 정원과 잔디라는 분야에만 꾸준히 집중하면서 신뢰감을 쌓은 덕분에 현재는 관련 17개 브랜드를 보유한 연매출 30억달러, 순 이익은 1억6000만달러를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덕분에 하거돈 일가가 쥐고 있는 자산은 2015년 기준 15억달러에 이른다. 이른바 미국의 ‘잔디와 정원의 제왕(Lord of lawn-and-garden)’으로 불리운다. 

스콧 미라클 그로의 제품들

그런 하거돈과 ‘스콧 미라클 그로’가 최근 사업을 확장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하거돈이 노리고 있는 새로운 시장은 바로 수경재배(hydroponics) 시장이다. 사연은 이렇다. 2013년, 워싱턴주의 한 납품업체를 방문한 짐 하거돈은 ‘스콧 미라클 그로’의 제품의 판매율이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일부 경쟁사들의 수경재배 관련 제품들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2009년 금융위기가 미국을 휩쓸고 간 뒤, 가정용 원예용품 시장의 성장은 둔화되고 스콧 미라클 그로 역시 판매부진을 겪을 때다. 매출이 평년에 비해 10% 이상 떨어지고, 홈 디포 같은 대형 생활용품 마트에서 고객 한명이 원예관련 제품을 사는데 평균적으로 채 100달러를 쓰지 않던 시기에, 수경재배 관련 제품을 사가는 고객들만큼은 평균적으로 400달러 이상을 소비한다는 사실에 그는 놀랐다. 특히나 이런 비중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더욱 높았다.

수경재배는 그야말로 물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특수 용제의 미네랄 등을 이용해 식물을 성장시킨다. 최근에는 대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나 1인가구들이 아파트나 개인주택에서 실내 인테리어 혹은 힐링의 차원에서 많이 하는 방식이다. 넓은 정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쉽고 편하다. 

하지만 역시나 ‘흙이 있는 정원에서 제대로 식물을 가꾸는 것’이 여전히 일반적인 미국에서 수경재배 시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하거돈은 수경재배 시장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배팅한다. 바로 본사로 돌아와 중역들을 소집한 후 수경재배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다. 당연히 반발하는 중역들에게 “우리는 수경재배 시장에 뛰어들 것이니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나가라”고 강하게 주문한다. 그는 수경재배와 관련한 연구에 매진한다. 

짐 하거돈 CEO

그렇게 2년이 흐르고 지난해 하거돈은 수경 재배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수경재배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기업 두곳에 1억3500만 달러를, 관련 용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기업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그는 올해 말까지 수경재배 관련 기업에 1억5000만달러를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까지 보면 한 원예사업가의 미래 먹거리를 향한 도전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 이면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수경재배와 가장 연관이 깊은 한 식물 때문이다. 바로 ‘마리화나’, 우리표현으로 대마초가 그것이다. 마리화나는 여전히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불법이다. 일부 의료용 사용을 허가하는 동네도 있지만, 여전히 ‘금지약물’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대마초 사용자들은 몰래 집에서 이를 키우곤 하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가 수경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흙이나 공간없이도 물과 적당한 빛만 있으면 이를 손쉽게 키울 수 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실제로 수경재배 관련 키트를 사가는 사람들의 일정부분이 집에서 대마초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경재배 키트가 잘팔리는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하거든은 “마리화나와 수경재배 관련 산업투자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가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캘리포니아 지역이 불법 마리화나 재배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거든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사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하거든이 ‘굳이 투자한 ’ 암스테르담 소재의 수경재배 관련 용품 회사의 경우는 마리화나 재배 관련 용품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하거든은 마리화나 관련 지적에 대해 부인한다. 그는 “수경재배를 둘러싸고 있는 흙, 비료, 살충제, 빛, 식물 생장 시스템, 이곳에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 기존의 단순한 원예업은 앞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투자가 원예산업의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하거든의 발빠른 ‘신사업 투자’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민발의안으로 부치기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주일 동안 모인 합법화 후원금액은 200만달러로 반대파인 13만1000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하거든이 이러한 분위기를 일찌감치 읽어내고 미리 마리화나 산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다.

사실 하거든은 과거에도 시장을 읽고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성공한 적이 있다. 1997년에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계 최대 바이오농업 기업 몬산토(Monsanto)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몬산토의 경우 당시에도 지금도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연구로 외부에서 많은 논란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거든은 몬산토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식물 유전자를 변형해 비료와 농약 없이도 건강하게 자라는 잔디를 생산해 매출을 크게 끌어 올렸다. 


몬산토 로고

하거돈은 회사를 창업자인 아버지 호레이스 하거돈으로 부터 물려받았다. 호레이스는 1940년대 중반 식물 판매업자 오토 슈테른과 미라클 그로 비료회사를 공동 창업했고, 1995년 스콧사와 합병하면서 오늘날의 회사를 만들었다. 하거든은 2001년 스콧 미라클 그로의 초대회장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짐을 비롯한 다섯 형제는 회사 지분의 27%를 보유하고 있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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