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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의 술탄 ‘에르도안’…서방의 딜레마
쿠데타 진압후 피의숙청 예고
터키, IS·난민문제 중요한 역할
인지를릭 기지엔 미 B61핵무기
친러행보땐 서방균형추 상실
미·EU 에르도안 철권저지 한계



‘술탄이 된 에르도안의 칼리프 제국’ 터키 쿠데타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실패한 쿠데타는 공교롭게 문민정부의 탈을 쓴 철권정치의 강화라는 딜레마를 낳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테러 진압 이후 무법의 경계를 넘으며 핏빛 숙청으로 ‘에르도안의 칼리프 제국 건설’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 목소리로 법치를 무시한 쿠테타를 비판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던 국제사회는 발을 동둥 구르고 있다. 21세기 최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이슬람국가(IS)의 퇴치를 위해서도, 21세기 최고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난민문제 때문에라도 터키는 미국으로서나 유럽연합(EU)로서나 모두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테타 이후 명목상으로나마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라는 문민정부의 탈까지 얻으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9면

쿠데타를 진압한 에르도안 정권은 당장 핏빛 숙청을 예고하고 있다. 터키 총리는 사형제 부활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미 군인 3000명과 판ㆍ검사 2745명을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돼 또 한 번의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에르도안이 이번 사건을 발판 삼아 반대 세력을 일거에 처단하고 대통령 중심제로 개헌, 장기 집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으로 망명한 ‘정적’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로 지목하며 송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그 시작이다.

잠깐의 안도와 곧바로 이어진 우려. 이는 터키를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은 IS 격퇴에 필수적인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의 존재 때문에 특히 골치가 아프다. 쿠데타 발발 직후 터키 정부가 안보상 이유로 공군기지 상공을 이틀간 폐쇄하면서 시리아 IS 공습은 당장 타격을 받았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방국 터키와 긴밀한 조율 끝에 인지를릭 기지를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터키는 ‘언제든 자국 의사에 따라 기지 폐쇄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명확히 전달한 셈이다.

인지를릭 공군기지는 미국의 B61 핵폭탄이 배치돼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요충지이자 나토(NATO) 회원국인 터키가 군사작전에 소홀해지거나 친러 행보에 무게를 둘 경우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안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우호 관계의 물꼬를 텄다.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난민 위기’라는 정치ㆍ경제적 문제까지 결부돼 있는 EU는 더욱 터키를 지켜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올해 3월 터키와 EU는 터키가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떠안는 대신 EU가 비자면제, 경제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송환 협정을 했다. 이후 EU로 들어오는 난민은 크게 줄었다. 터키가 마음을 돌려 난민 문제에서 손을 끊게 되면 브렉시트로 위기 상황인 EU는 반(反)EU 분위기, 재정 부담 등으로 분열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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