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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쿠데타 후폭풍]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분열된 터키 극단 치닫나
군부쿠데타 후 ‘핏빛 숙청’ 예고
내부분열·정부 인권침해 우려커져
에르도안 지지자들 굳건하다지만
전국민 폭넓은 호응 얻을지 의문



터키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가 실패로 끝난 이후 수많은 터키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거리에 나온 터키 국민들은 터키 깃발을 흔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한쪽에선 터키가 극단주의로 흐를까 우려하고 있다.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로 분열된 터키의 틈새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국에 퍼진 바이러스를 해치우겠다”며 6000명을 체포하는 등 ‘핏빛 숙청’에 나서 쿠테타 이후 터키는 더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 거리에 쏟아져나온 시민들이 통합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는 깊이 분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과 17일 터키 전역에서 수 천명의 터키 국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조국을 위해 죽겠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은 거리로 나왔지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자는 ‘세속주의자’들은 대부분 집에 머물러 있었다.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에도 일부 터키 국민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력 강화를 시도하자, 인권 탄압에 대해 우려해왔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스타일과 이슬람교를 정치에 활용하는 태도가 세속주의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번 쿠데타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완벽하게 짜여진 드라마”라는 시선도 있다.

보수적인 도시 트라브존 출신의 예술가 아타 아크소이는 “최근 국민들의 분열이 너무 심각하다“며 “정부는 인권 침해를 자행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는 신이 준 선물”이라며 군인 6000명을 체포하는 등 정적 제거의 기회로 삼고 있다. 체포된 군인 가운데 고위 장교만 52명에 달한다. 심지어 판사와 검사 2745명도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관 149명도 구금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 터키 관리는 “아직 3000명을 덜 체포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7일 정치적 동지인 에롤 올카크의 장례식에 참석해 “암처럼 바이러스가 나라를 덮고 있다”며 “전국에 퍼진 바이러스를 해치우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세력에 의해 사망한 올카크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형제를 부활까지 거론하며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터키는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사형제를 폐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정적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이 쿠데타의 배후라며 미국측에 펜실베니아에 거주 중인 귈렌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귈렌이 연루됐다는 확실한 증거를 먼저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쿠테다 관련 예비조사에 참가 중인 한 관계자는 “귈렌이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 정부와 이같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세속주의를 지지해 귈렌과는 노선이 다르다. 귈렌은 이슬람의 가치를 알리는 ‘히즈메트(봉사)’ 운동을 이끌며 이슬람주의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철저한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 이후 종교학교는 크게 늘었으며, 평범한 중등학교에서도 종교 교육이 심화됐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공화국’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NYT는 “체포한 사람들 규모나 특히 사법부 탄압을 보면 정부가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쿠데타는 이슬람의 승리라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스탄불에 거주하고 있는 한 광고회사 임원은 “교육 수준이 높고, 서구의 영향을 받은 터키인들은 이 나라에 대한 지분이 없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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