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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경준 긴급체포] 비뚤어진 엘리트의식·부실검증이 檢 신뢰추락 불렀다
특임검사팀 뇌물죄 적용
현직검사장 사실상 첫 구속
고위급 윤리의식 부재 도마에
檢 인사위원회 대대적 메스 시급



“평소 ‘보험용’으로 돈을 주는데 대가성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먼저 부탁하고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미리 준 다음에 나중을 대비하는 거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요.”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원로 변호사의 말이다. ‘주식 대박’ 등 각종 비위 의혹에 휘말린 진경준(49ㆍ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이 지난 14일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검찰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내부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고, 밖에서는 고위급 검사의 윤리의식 해이와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 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금로(51ㆍ연수원 19기)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이자 대학친구인 김정주(48) NXC 회장과 접촉해서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진 검사장을 조사 도중 체포했다. 검사장급 고위 검사가 현직에서 구속될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진 검사장은 2005년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4억2500만원으로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산 뒤 이듬해 되팔아 넥슨재팬 주식 8만5000여주를 사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이 주식을 처분해 120억원대 차익을 챙겼다.

2005년을 기준으로 보면 뇌물죄 공소시효(10년)가 끝난 기간이지만, 특임검사팀은 2006년 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을 취득하고 2008년 넥슨으로부터 고가 승용차를 제공받은 혐의를 모두 포함해 ‘포괄일죄’ 형식의 뇌물수수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맨 마지막에 이뤄진 범죄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향후 가장 큰 쟁점은 ‘대가성’의 입증 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임검사팀은 3차례 금품거래 모두 진 검사장의 직위나 영향력이 감안됐고 이에 따른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진 검사장과 김 회장 측은 ‘대가성은 없었고 친분 때문에 이뤄진 사적인 거래’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게이트의 1차적 원인으로 한국사회 엘리트들의 ‘비뚤어진 윤리 의식’을 지목한다. 2005년 전후는 넥슨이 위젯 인수 이후 한창 몸집을 불리는 시기였다. 때문에 김 회장은 서울대 동문이자 절친한 사이인 진 검사장을 혹시 모를 위기가 올 때를 대비한 ‘보험용 명목’으로 주식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진 검사장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고, 2009년에는 기업의 현금 거래와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여기에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문화와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이후 이 문제가 불거졌지만 법무부는 진 검사장의 해명만 믿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바 있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를 심사하고 검증하는 검찰인사위원회의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목소리도 나온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늑장 수사에 아쉬움이 든다. 검찰도 사실상 진 검사장이 계속 거짓말을 할 기회를 줬고 결국 조직 전체에 치명타가 됐다”며 ”권한이 너무 세지면 부패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검찰 조직 전반에 대한 견제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대근ㆍ김현일ㆍ고도예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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