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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리통 치료명목 주요부위 만졌다면 한의학적 ‘수기치료’인가 추행인가
1심은 무죄 2심선 집행유예


#. 생리통에 시달리던 여고생 A(17) 양은 2013년 치료 차 한의원을 찾았다. 과거 과외선생님 남편인 한의사 B(54) 씨의 병원인터라 마음도 놓였다. 검진결과, A 양은 골반이 틀어지고 목과 어깨가 경직돼 심한 생리통을 겪는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치료 과정은 A 양의 예상 밖이었다. B 씨는 치료실에 들어와 A 양에게 하의를 벗으라고 한 뒤 맨손으로 골반을 마사지했다. 이 과정에서 A 양 신체 중요부위를 만지기도 했다. 당시 치료실에는 A 양과 의사 B 씨 둘 뿐이었다.

한달 쯤 치료를 받자, B 씨는 ‘골반통증과 척추가 관련있다’며 A 양의 등을 누르고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B 씨는 A 양에게 “치료목적 말고 다른 느낌이 드느냐”고도 물었다. A 양은 B 씨가 치료가 아닌 추행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2013년 3월부터 약 한달간 8차례 A 양을 추행한 혐의(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방식으로 환자 C(13) 양의 신체를 만진 혐의도 더해졌다.

재판과정에서 B 씨는 이같은 행동이 손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수기치료’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B 씨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는 다른환자들과 달리 사전에 A양 등에게 수기치료동의를 받지 않았고,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B 씨가 수기치료를 빙자해 A 양등을 추행한 것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민감한 신체 부위의 수기치료는 치료행위라 하더라도 추행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며 “해당 수기치료가 한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치료방법 중 하나인 점에 비추어 B 씨가 A 양 등의 신체를 만진 것이 추행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춘천 형사1부(부장 김재호)는 원심을 깨고 한의사 B 씨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 씨가 A 양의 가슴을 만진 것은 한의학적으로도 근거없는 명백한 추행”이라며 B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B 씨에게 성폭력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B 씨가 A 양 등의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위를 만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피해자 진술이 차이 나는 등 추행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만큼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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