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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돈줄죄기 본격화 재건축·재개발 사업 직격탄
신용도·사업성등 꼼꼼히 따져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요구까지
대출금리도 대폭 높아져 설상가상



가계대출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잔액은 667조5000억원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줄이고자 각종 처방이 등장했으나 효과는 신통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더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강동구 고덕주공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뒀다. 정비사업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의미다. 구청이 인가를 내주는데 걸림돌은 없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이달 말에는 무난하게 인가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과제는 이주비를 비롯해 앞으로 필요한 사업비를 조달하는 일이다. 크게 어렵지 않던 과정이다. 하지만 사업비를 빌려주는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변한 터라 이제는 골치 아픈 절차가 됐다.

은행은 5단지에 대출을 내주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정비사업대출보증을 요구했다. 조합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5단지보다 먼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던 고덕2ㆍ3ㆍ7단지는 HUG의 보증 없이도 이주비 등을 조달했다. 제도적으로도 정비사업 대출을 위해 반드시 보증서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5단지 조합은 결국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보증을 신청했다. 심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HUG는 ▷시공사 신용도 ▷정비사업 사업성 등을 따져 심사를 진행한다.

890가구 규모의 고덕5단지는 기본이주비가 전용면적별로 2억8000만~3억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주비로만 2500억원 이상 필요하다. 현재는 은행과 잠정적으로 대출 조건을 조율해둔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1금융권 대부분의 은행에 대출 제안을 했고 결과적으로 은행 4곳이 참여하기로 했다”며 “보통 2군데 은행이 필요한 사업비의 절반씩을 나눠 대던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고 대출금리도 3.15% 정도로 주변 단지들보다 0.25~0.35% 더 높게”고 말했다.

인근 고덕7단지 조합도 이주를 목전에 두고 전전긍긍했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예민해지면서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다루기 시작한 탓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은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이주비ㆍ사업비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조합과 은행은 설왕설래를 거친 끝에 대출 조건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금리를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에 이야기됐던 수준보다 조금 올리는데 합의하고 나서야 대출이 실행됐다. 현재 이 단지는 주민들 70% 정도가 이주를 완료한 상태다. 한 조합원은 “사업 속도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HUG에서 보증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신인도 있는 대형 주택업체가 시공하는 재건축 사업장과 견줘 규모가 작은 재개발 정비사업장의 걱정은 더 크다. 하반기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한다는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HUG에서 보증서를 받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돌아가는 분위기를 잘 관찰하면서 필요하다면 사업 속도를 늦출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가계부채에 대한 짙은 염려가 풀리지 전까진 은행들의 태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은행 대출 담당자는 “막대한 규모의 기존 가계대출에 더해서 조선ㆍ해운업 부실까지 터지며 은행들로서는 위험 자산을 최대한 낮춰 자기자본비율(BIS)을 지키려는 유인이 생겼다”며 “은행들이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겉으로 보기엔 견실한 정비사업장이더라도 HUG의 보증을 요구하는 등 깐깐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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