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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용품에서 드라마까지…양성평등 막는 성차별 ‘말말말’
- 초중고 학용품에 성차별 문구 물건들 판매

- 드라마 곳곳에서 남녀 성차별적 문화 조장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초ㆍ중ㆍ고등학생이 쓰고 보는 학용품과 TV드라마에서 성차별적 문구와 대사들이 난무하면서 양성평등 인식 확산을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학부모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문구점에서 팔리는 공책과 메모지, 포스트잇, 지갑, 필통, 손거울 등에 ‘얼굴이 예쁘면 공부 안해도 돼요’, ‘화장해서 연애할래, 맨얼굴로 쏠로 될래’,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등 성과 외모, 학력차별을 조장하는 문구를 새긴 학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제품 출시한 업체들은 지난해 판매했다가 인권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진정 등을 받고 물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성차별과 외모, 학력차별 등을 조장하는 학용품이 다시 나돌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그러나 추가적인 제재가 없으면서 이 업체들은 올해 다시 이같은 제품들을 계속해서 판매하고 있으며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초ㆍ중ㆍ고등학교 등 청소년이 반복적으로 이같은 문구 등에 접촉하면서 성별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는 김성연(39, 서울 아현동) 씨는 “아이가 사온 공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한참 예민하고 사고력이 깊어지는 어린 아이들에게 공부와 결혼을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된 성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관계자도 “지난해 성차별적 문구가 들어있는 제품이 출시돼 문제가 됐었는데 올해 다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며 “외모에 신경 쓰는 인물을 모두 여성으로 묘사되거나 학력차별적 요소들이 많아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에서도 성차별적 대사나 역할이 문제시 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조사한 5월 대중 매체 양성평등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드라마에서 주요 갈등유발자는 여성이 67.2%, 남성이 32.8%로, 여성이 갈등유발로 등장했다. 반면 갈등 해결자는 여성이 30.1%, 남성이 69.9%로, 남성은 주로 갈등을 해결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평등적 내용은 22건인 반면 성차별적 내용은 89건으로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차별적 내용 중에서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등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16건인 반면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의 의존 성향을 강조하는 내용이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 드라마에선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여직원에게 한 상사는 “출산 휴가만 쓴다더니, 무슨 육아휴직타령이야, 그냥 사표 내, 민폐끼치지 말고”라고 말해 여성의 정당한 권리도 무시하고 있다.

양평원 관계자는 “성인은 물론 청소년도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에서 성차별적 대사와 장면이 많았다”며 “잘못된 사고방식이 드라마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학습될 수 있어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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