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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단톡방 ①] 성희롱 가해학생 졸업하면 ‘끝’…피해자만 운다
-단체방 성희롱 해도 대학 마땅히 처벌 규정 없어…어영부영하다 졸업

-국민ㆍ고려대 이어 서울대까지…대학생성범죄 처벌강화 요구 목소리

-학칙상 징계위 구성은 가능…구체적인 처벌규정은 없어 논란만 키워

-전문가, “대학 내에서만이라도 엄중한 징계 통해 교육적 효과 노려야”



[헤럴드경제=신동윤ㆍ구민정 기자] 국민대와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단체카카오톡방(이하 ‘단톡방’) 성희롱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법령상으로도 명예훼손 외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데다 주요 대학들의 학칙조차 학생들 간 성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징계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 않고 있는 등 처벌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단톡방 성희롱 사태’와 관련된 대학 당국들이 연루된 학생들에 대해 자체 징계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실제 처벌을 위한 과정은 원할하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차 피해와 가해가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의 특성상 빠른 시일내에 처벌이 진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는 상반된 행보다.

국민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 이어 서울대학교에서도 단체카카오톡방(이하 ‘단톡방’) 성희롱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해 학생들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지는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 소속 남학생 5명이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희화화한 사건 당시 단톡방 캡처.

최근 단톡방을 통한 성희롱 사건이 주요 대학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선 이와 관련된 뚜렷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신속한 후속조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1일 서울대에선 인문대 남학생 8명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한 내용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또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 소속 남학생 5명이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희화화하거나 성폭력에 가까운 발언을 최근까지 공유해온 사실도 헤럴드경제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고려대학교에서도 함께 수업을 듣던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내용의 고발 대자보가 학내 게시판에 붙었다. 대자보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단톡방에서 여자 동기들과 새내기들을 공공연히 성적으로 대상화했다. 단순 성희롱에서 나아가 ‘상대를 성폭행해라’는 식의 성폭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 지난 2014년 국민대에서도 32명의 학과 소모임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의 실명과 사진을 거론하며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이 별로다’, ‘○○대학교 갈 바에는 우리 가게 와서 몸 팔아라’ 등의 발언을 해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

지난달 발생한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 고려대 관계자는 “얼마 전 성평등세터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를 끝마쳤다”며 “징계 위원들을 선정해서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를 열기 위한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태 가해 학생들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로 앞서 언급된 국민대학교의 경우 당시 국민대 측도 가해자들을 엄벌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 징계 처분이 나오기도 전에 가해자들은 졸업한 바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선 학칙상에 단톡방 성희롱과 관련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고려대는 학칙상 징계위를 열 수 있지만 제적ㆍ정학ㆍ벌점 등 구체적인 처벌사항은 학칙상 명시돼 있는 징계사유를 보고 징계위 위원들이 전적으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일관된 처벌 규정이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측은 “지금까지 징계위 의결사안은 외부 비공개가 원칙이었으나 이번 단톡방 사건 특별대책팀의 경우 사안이 특별해서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대학들도 징계위 구성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처벌 규정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서울대는 지난 2012년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기존에 있던 성희롱ㆍ성폭력예방과처리에관한규정이 폐지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서울대 측은 “이전 사례를 모아놓은 것도 없고, 찾기도 힘들다”며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제한 없이 의결과 징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규정이 엄격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에 가담한 학생들을) 범죄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범죄적 행위를 했기 때문에 교육의 전당인 대학에서만큼은 교육적 차원에서 징계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학 내에서만이라도 범죄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언어성희롱의 경우 형법에도 명확하게 처벌 규정이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대학 내부 자체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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