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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간담이 서늘하네요”…배우의 인기 따라, 1:1-라운드-간담회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제가 이렇게 라운드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얼마 전 드라마를 끝낸 한 배우와 라운드 인터뷰가 있었다. 라운드 인터뷰란 여러 명의 기자들을 모아놓고 하는 소규모 인터뷰를 말한다. 보통 3일 정도를 잡고 하루 5~6개 타임으로 쪼개 40~50매체를 돌리곤 한다. 워낙 매체가 많아지다 보니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경우 불가피하게 공동 인터뷰로 진행하게 된다. 이 배우가 “영광”이라고 한 점도 “이렇게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는 의미와 일맥 상통한다. 신인일 때는 소속사 측에서 먼저 언론사에 요청해 1:1 인터뷰를 하던 시절을 거쳤기에 그 감회는 더 새로울 수 밖에 없다.

[사진=UAA 제공]

신인 배우의 경우 첫 단계인 1:1 인터뷰로 시작한다. 언론사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곤 한다. tvN ‘응답하라 1988’를 끝낸 뒤 류준열은 수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가 쇄도했지만 신인의 자세로 1:1 인터뷰를 다 돌았다. 드라마 종영 이후 수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던 류준열은 급기야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죄송한데 이번엔 라운드로 하게 됐습니다.” 이런 전화를 받게 된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이 배우가 떴구나.’

배우의 말에 기자가 덕담을 건냈다. “이제 라운드 인터뷰 하셨으니까 나중엔 더 잘돼서 간담회 가지셔야죠.” 이 때 배우와 옆에 앉아있던 소속사 관계자는 일제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간담회라니 간담이 서늘하네요.(웃음)”라고 받아쳤다.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 모두가 눈빛을 교환하고는 웃음이 터졌다.

모두가 떠올린 문제의 사건은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하게 퍼져있었다. 문제는 간담회였다. 간담회는 호텔 등 넓은 장소를 빌려 모든 매체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1~2시간 정도 질의 응답시간을 가지는 인터뷰 방식이다.

KBS2 ‘태양의 후예’ 종영 이후 송중기, 송혜교 등이 호텔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라운드 인터뷰를 하기엔 인터뷰 요청이 너무 많은 경우 간담회로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라는 의미를 함의하게 됐다. ‘송송 커플’은 간담회에서 약 100여석을 꽉 채우는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그 ‘사건’은 한 배우가 드라마를 끝내고 간담회를 가지면서 시작됐다. 간담회를 가질 단계가 아닌데 몇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심지어 ‘급’이라는 적나라한 단어까지 언급됐다.

과거 배우 B씨도 드라마를 끝내고 간담회를 가지려다 거센 반발로 1:1 인터뷰로 전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기자들과 연예 관계자들은 “소속사가 안티”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문제가 됐었다. 위 배우의 “간담이 서늘하다”는 말이 틀리지 만은 않은 이유다. 한바탕 간담 서늘한 간담회가 지나간 터라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당분간 간담회가 아니라 라운드 인터뷰로 최대한 진행할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욕을 먹으려고, 저는 그냥 라운드 인터뷰에서 끝내겠습니다.”

배우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어 넘겼지만 돌아서 생각하니 웃어 넘길 수 만도 없었다. 드라마가 잘 됐다고 기자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배우의 위치를 규정하는 것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든 영화의 홍보이든 인터뷰는 기자와 배우가 교감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비록 1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일지라도 눈빛을 나누며 생각을 교환하다 보면 연예인의 외피를 벗겨낸 한 사람이 보인다. 그 교감은 대중이 모르는 이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그의 새로운 이야기를 공들여 담아내는 원동력이 된다.

수십 개의 매체가 모인 간담회 자리, 대여섯 개 이상의 매체가 모여 피상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교감이 나올리 없다. 같은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도배되는 이유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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