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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손보험 가입자 3200만명…보험금 수령자는 23% 불과
2015년 기준 손해율은 123.6%
77%는 보험료만 내고 실제 혜택못받아
고액 수령자가 보험료만 올려 놓는셈
내년 4월 40%저렴한 새상품 출시 주목



#1. 8년 전 갱신형 실손보험에 가입한 A(43세ㆍ남)씨는 훌쩍 오른 보험료 때문에 걱정이다. 3년마다 갱신되는 보험료가 벌써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만기까지 얼마나 오를지 두렵기만 하다.

#2. 직장인 B(39세ㆍ여)씨는 아는 사람이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2주일이나 입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났다. 자신도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병원에 입원할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닌 탓에 몇 번의 통원치료로 끝냈다. B씨는 시간 많은 사람들이 과잉진료를 받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보험료도 똑같이 올라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다. 


실손의료보험은 32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모든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현재의 획일적 표준화 구조에서는 보험료 인상분을 실손보험 가입자가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 과잉 도수치료나 미용 목적의 의료 쇼핑 등으로 인해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올해도 실손보험료가 20% 넘게 올랐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09년 103.3%에서 2011년 109.0%, 2013년 119.4%, 2014년 121.4%, 2015년 123.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현행 손해율 추이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4인 가족의 실손보험료를 산정한 결과에 따르면 10년 내 2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르면 4인 가족의 실손보험료는 올해 월 10만6000원에서 오는 2026년 월 21만6000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수 때문에 다수의 가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2014년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수령자 비율은 23.2%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6.8%는 보험료만 낼뿐 실제 혜택은 보지 못했다. 또한 보험금 수령자 가운제 100만원 이하 보험금 수령자가 83.4%로 나타났다.

소수의 고액 보험금 수령자가 전체 보험료를 올려 놓고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의 또다른 문제는 비급여(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아 본인이 전액 부담)부분이다. 실손보험은 급여 항목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80% 보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 의료비가 병원마다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추간판 내 고주파 열 치료술’의 경우 20만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350만원을 받는 병원도 있어 무려 17.5배 차이가 난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의 병원별 가격 차이는 평균 7.5배에 이르고 있다. 고무줄 가격을 가능케 하는 건 비급여 코드 표준화가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급여 코드 표준화 비율은 전체 1만6680개 비급여 항목 중 9.7%(1611개)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의료비가 1.3배 오를 때 실손보험 비급여 의료비는 17배 올랐다. 비급여 의료가격과 의료량에 대한 적정 기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같은 실손보험의 부작용을 손보겠다며 최근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의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현재 포괄적 보상으로 돼 있는 상품 구조를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본형 + 다양한 특약’ 방식으로 개편한 상품이 내년 4월 출시된다.

기본형 상품은 대다수 질병을 보장하면서도 과잉진료가 빈번한 보장내역을 배제한 것이다.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꼽히는 고가의 도수치료나 수액치료를 특약으로 분리된다. 이 부분의 치료를 원하는 사람만 따로 가입해 보험료를 더 내는 방식이다. 과잉진료 가능성이 높은 일부 항목을 따로 구분해서 전체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기본형만 선택할 경우 보험료가 최대 40% 저렴해진다. 예컨대 40세 남성의 경우 보험료가 한 달 1만5000원에서 8500원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본형 실손보험이 잘 팔릴까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이미 2013년부터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독형 실손보험을 판매했지만 판매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 실손보험의 3%대에 불과했다.

보장범위 선택이 가능해졌지만 기존 보장 수준을 유지하려면 특약을 추가해야 해서 보험료가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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