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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경찰 또 흑인 사살 파문] 총 겨누고 욕설 그리고 ‘탕탕’…죽음도 생중계 된 ‘美의 민낯’
교육청 직원 30대 흑인男
차 타고 가던중 교통검문
신분증 보여주려다 총 맞아
차량 동승 여친이 SNS로 생중계
“흑인도 생명”美전역 시위확산



총을 겨누고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퍼붓는다. 상대는 흑인이고 가해자는 경찰이다.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타고 전세계에 생중계된 미국의 민낯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이어 미네소타 주에서 경찰의 총격에 무고한 흑인이 잇달아 숨지면서 미국 사회가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경찰의 과잉 공권력 사용과 인종차별적 대응에 대한 분노는 미국 흑인사회의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다. 한 동안 잠잠하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손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 구호도 다시 등장했다. 그간 숱한 인종차별적 사건사고에 생채기가 날 대로 난 미국 사회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영상으로 생중계된 미국의 민낯=7일(현지시간) 미네소타 주 지역 언론들과 CNN 방송에 따르면 전날 밤 9시께 미니애폴리스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약 8㎞ 떨어진 세인트 앤서니 시 팰컨 하이츠지역에서 필랜도 캐스틸(32)이라는 흑인 남성이 교통 검문에서 경찰관이 쏜 총에 맞은 뒤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차량에 동승했던 이 남성의 여자친구 다이아몬드 래비시 레이놀즈는 차 안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캐스틸의 모습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찍어 세상에 알렸다.

미등이 고장 난 차를 타고 가던 캐스틸 일행은 경찰의 정지 지시를 받고 차를 길가 한쪽에 대고 검문에 응하던 중이었다. 여자친구 레이놀즈는 4살 난 딸(4)을 데리고 동승 중이었다. 캐스틸은 차량 밖에 서 있던 경관에게 자신이 총을 소지하고 있음을 알리고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려던 중 경관이 발포한 네 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발포 직전 경찰관은 캐스틸에게 “손을 허공에 들고 있으라” “신분증과 차량등록증을 제시하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시를 함께 했다고 레이놀즈는 말했다. 캐스틸의 유족과 친구들은 그가 고교 시절 올 A를 받는 모범생이었으며 졸업 후교육청 직원으로 취직해 학교 급식 담당관으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전과 조회 결과 캐스틸은 교통 관련 경범죄 경력은 많이 있었으나, 중범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의 한 편의점 근처에서 CD를 팔던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경관 2명에게 제압되던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사건 역시 지나가던 행인이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들끓는 미국사회=합리적 이유도 없이 또 다시 흑인들이 세상을 떠나자 미국 사회는 크게 공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는 대신 동영상이 삽시간에 사건 현장을 전달하면서 분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개된 두 사건의 동영상을 시청한 이들과 유족들은 더이상 발뺌할 수 없는 경찰에 대해 처벌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사건 직후 수갑이 채워져 연행된 후 밤샘 조사를 받은 레이놀즈는 “경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내 남자 친구를 죽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레이놀즈는 사건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경찰이 나중에 부인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고 말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손들었으니 쏘지 마’, ‘인종차별 경찰은 물러가라’는 구호도 집회에 다시 등장했다. 특히 경찰의 과잉 공권력 사용과 인종차별적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국 사회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스털링의 친구, 가족 수백 명은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 앞에 모여 밤샘 집회를 열었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에 따르면 캐스틸의 사망이 알려진 후 약 200명의 시위대가 사건 현장에 모여들었다가 해산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미네소타 주지사 관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강한 분노와 시위는 그간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경찰의 흑인 살해에 대한 아픔이 누적된 결과다.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2014년 8월 백인 경관의 무차별 총격에 희생된 일명 ‘퍼거슨 사태’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경찰의 공권력 과잉 사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강하게 일었다. 그러나 희생자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소형 칼로 차량 절도를 시도하던 10대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가 16차례의 총을 막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는 소요 사태를 맞았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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