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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통신 융합 골든타임 놓친 韓…외국 사업자 종속 심화
[헤럴드경제=권도경ㆍ이혜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한 가운데 방송ㆍ통신시장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회를 놓쳤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공정위 결정이 성장판이 닫힌 케이블 시장 재편을 원천봉쇄한데 이어 방송ㆍ통신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글로벌 방송ㆍ통신시장에서는 ‘메가딜’이 속속 성사되고, 글로벌기업들의 국내 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공정위의 독과점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한국이 세계적인 미디어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는 방송ㆍ통신기업간 굵직굵직한 M&A가 이어졌다. 최근 5년새 산업구조를 재편할 만한 메가딜은 7건이다. 미국 AT&T와 디렉TV, 스페인 카날+와 텔레포니카 등이 일례다. 얼마전에는 미국 케이블TV시장 3위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즈이 2위기업 타임워너 케이블을 553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이같은 추세는 업종과 국경마저 넘어섰다. 유럽에서는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이 약 77억유로에 독일 최대 케이블TV 업체 카벨도이칠란트 등을 합병했다. 스페인 이통사 텔레포니카도 약 80억유로를 들여 네덜란드 이통사 KPN의 독일법인인 E-플러스를 사들였다.

글로벌 방송ㆍ통신시장은 초대형 M&A로 판이 부쩍 커진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매출 기준)과 방송 시장(소비자ㆍ광고지출 기준) 규모는 5년 전보다 각각 약 188조원, 109조원씩 늘어 총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국내 방송통신업계는 성장 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의 매출은 2년연속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3사 합산영업이익도 역시 지난해와 올해 각각 3조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5조원대에 달했던 10년전과 비교하면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가입자수 정체로 포화된 케이블업계 상황은 더 절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는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투자여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디어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한다”면서 “공정위 결정은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방송통신시장 내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미디어사업자들의 한국시장 공략 움직임은 거세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월정액 7.99달러(약 9400원)의 가격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 시청자들 입맛을 공략할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유튜브는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1위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도 라이브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료방송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사각지대로 몰릴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사업자들이 국내 방송통신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게 된다면 국내 업체들이 더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아프리카, 곰TV 등이 대세인 시절에 이를 규제하면서 미국동영상서비스 업체인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사업자가 됐다“면서 “유튜브를 비롯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OTT 사업자들이 국내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공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권도경ㆍ이혜미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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