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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메시 슛 막고, 골프 홀인원…스포츠 넘보는 로봇
[HOOC=이정아 기자]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볼 때 당대 가장 큰 사회적 부정의는 ‘엔클로저’ 현상이었습니다. 지배층은 양모산업으로 떼돈을 벌기 위해 농민들의 생활 근거지인 공유지를 사유화해 양떼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농민들은 토지에서 쫓겨났고, 모어는 이를 가리켜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회라고 규정했습니다. 16세기 양들이 사람을 몰아냈다면 21세기에는 자동화 로봇이 사람을 밀어냈습니다. 지난 100년간 기업들은 앞다퉈 새로운 생산 설비를 들여왔고 기계는 수백만의 노동자를 대체했습니다.

그런데 로봇이 이제 스포츠 종목에서도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을 갖춘 골키퍼 로봇은 리오넬 메시의 강슛을 막아내고, 골프 로봇은 고작 5차례의 샷 시도 만에 골프 홀인원을 성공합니다. 강력한 서브를 넣는 탁구 로봇과 코트를 누비며 샷을 치는 배드민턴 로봇도 있고요. 로봇이 고귀한 스포츠 정신을 알고 게임에 임하는 건 아니지만 스피드와 지구력에서 인간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 스포츠 영역까지 넘보는 로봇들




▶골프하는 로봇
=지난 2월 골프로봇 엘드릭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피닉스 오픈의 프로암 1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습니다. 프로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약 3000분의 1로 알려져 있는데요. 엘드릭은 이보다 600배나 높은 확률로 홀인원을 성공시킨 겁니다. 골프연구기관인 골프 래버러토리스와 다인즈 언리미티드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엘드릭은 최고 시속 210㎞의 헤드 스피드로 스윙을 할 수 있습니다. PGA프로 평균보다 시속 27㎞ 더 빠르고 퍼트나 페어웨이 안착률 등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기량을 발휘하기까지 합니다. 골프 로봇 개발자가 “엘드릭이 타이거 우즈의 각 부문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수 있다”고 자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배드민턴·야구·배구·펜싱 로봇=코트 전체를 돌아다니며 거의 모든 샷을 받아치는 배드민턴 로봇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 전자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이 로봇에는 고화질 카메라 두 대가 장착돼 있는데요. 이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가 상대의 샷을 인식하면, 무선으로 연결된 컴퓨터가 셔틀콕의 궤도를 정확하게 계산합니다. 또 야구·배구·펜싱에서는 로봇 팔을 이용한 장비를 이미 훈련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일 탁구 선수 티모 볼은 산업용 로봇 팔과의 탁구 대결을 펼치는 광고를 찍기도 했고요.

강서브를 넣는 산업용 로봇의 모습.

▶축구 골키퍼 로봇=메시의 슛을 받아내는 축구 골키퍼 로봇도 있습니다. 메시는 지난 2013년, 일본 버라이어티쇼 TBS ‘불꽃 체육회’에 출연해 로봇 골키퍼와 승부차기 대결을 펼쳤는데요. 로봇 골키퍼는 시속 130km 이상 되는 메시의 강력한 슈팅을 3회 중 2회나 막아냈습니다. 무려 3년 전 이야기입니다. 로봇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인간 골키퍼(정상급 기준 0.2초 이내)를 훨씬 뛰어넘었죠. 첫 두 번의 기회를 날린 메시의 표정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묻어났습니다.

기계는 날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요. 이 속도라면 어쩌면 미래는 인간보다 로봇 쪽에 유리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로봇이 인간보다 골프를 잘 치고 골을 잘 막는다고 해서 로봇이 골프 대회나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계는 영영 스포츠 정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고요.

하지만 피와 땀과 눈물로 골프 황제에 올라선 타이거 우즈나 뛰어난 강슛을 보여주는 메시가 ‘최고’가 아니라면. 다시 말해 로봇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없는 시대가 오면,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나 도전 정신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체스의 인기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인간이 컴퓨터에 항상 한 수 뒤져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기계에 수차례 패하고 나서 인간 체스챔피언이 그 만한 권위를 잃은 것은 사실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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