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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과수, 이우환 작품 이어 천경자 ‘미인도’ 감정 착수
현미경 검사ㆍ분광광도법ㆍ엑스선 형광분석법 등으로 정보 얻어 위작 가려내

미술계 전문가 “진정한 감정은 ‘안목 감정’ 결론, 과학적 감정 통해 확인하는 것”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위작 논란이 계속되 있는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사진>’가 검찰의 의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품 여부 감정을 받고 있다. 국과수는 1991년 처음 미인도 위작 논란이 일었을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필적 검사’를 의뢰받았으나 감정 불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는 필적이 아닌 그림 자체의 진위를 가리는 감정을 진행 중이어서 어떤 기법이 동원될지 미술계 안팎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과수의 감정이 25년간 이어진 해묵은 위작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29일 미술계와 경찰, 국과수 등에 따르면 최근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등 이우환 화백의 작품 13점과 감정서를 분석하고 위작 판정을 내린 국과수는 ‘미인도’를 감정할 때도 비슷한 기법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의 위작 검증은 해당 화가 진품 그림을 입수해 작품 안에 나타난 각종 정보를 분석한 후 위작 의심을 받는 작품 속 정보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 작품 속에 담긴 정보들이 일치하지 않을수록 위작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감정 담당 부서는 법화학과와 디지털분석과 두 곳이다. 법화학과는 현미경을 이용한 정밀 외관 검사를 기본으로 한다. 크로마토그래피 등 정밀 기기를 이용해 성분 확인과 정량 시험을 시행한다. 크로마토그래피는 혼합물중 각 성분이 이동상(移動狀)과 정지상(停止狀)에 분배되는 정도의 차이로 각각 분리되는 분석법이다.감정 기법으로는 현미경 시험법, 분광광도법,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라프(질량분석법), 엑스선 형광분석법 등이 있다.

현미경 시험법은 시약을 이용해 물감과 같은 시료를 용해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후 현미경으로 시료의 성분이나 입자 크기 등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분광광도법은 적외선이나 자외선 등 특정 파장의 빛을 그림에 쏜 후 반사각을 측정해 특정 물질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주로 적외선은 탄소 성분을 잡아내 연필 등으로 그린 밑그림을 파악할 때, 자외선은 그림을 덧칠했는지를 파악할 때 사용된다.

엑스선 형광분석법은 기계에서 쏜 엑스선을 맞은 물질이 형광하는 색과 정도 등을 분석해 어떤 물질인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결과가 다르다면 다른 물질로 볼 수 있고, 그림의 경우 비슷한 색의 물감이라도함유된 원소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우환 화백의 진품에는 물감 속 납과 아연의 함유량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위작 판정을 받은 그림들의 경우 납과 아연이 아예 발견되지 않기도 하는 등 원소 구성이 전혀 달랐다고 한다.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라프(질량분석법) 검사는 시행하려면 안료를 채취해야 하므로 그림이 훼손되지만 엑스선 형광분석법보다 좀 더 정확한 원소 구성 비율을 알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분석과는 현미경과 분광비교시스템 검사를 한다. 현미경 검사는 안료 모양, 캔버스의 재질이나 캔버스 천 실의 색 등을 보는 검사다. 또 감정서나 작가 서명의 필체 등을 비교하고자 감정 대상을 확대해 면밀히 관찰한다. 그냥 볼 때는 같은 색으로 보이더라도 다른 물감을 썼을 경우 200배로 확대하면물감의 재질이 전혀 달라진다고 국과수는 설명했다. 분광비교시스템 검사는 그림을 빛에 비쳤을 때 나타나는 투과율 같은 반응을 분석해 물감에 포함된 성분 등을 가려내는 검사다.

전문가들은 그림의 위작 판단에는 이런 과학적 기법을 동원한 감정에 앞서 눈으로 작품 전체를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안목 감정’이다. 또 캔버스 천과 나무 틀을 분리하는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작품이 진짜인지 위작인지 가려낼 수 있는 증거가 수두룩하게 나온다고 한 미술계 관계자는 전했다.

캔버스에 사용된 못은 40년 전 생산된 것인데 타카는 2000년대 이후 생산품이라든가 캔버스 여기저기 물감이 흐르거나 번진 흔적이 있다면 굳이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전문가의 눈에는 바로 보인다는 것이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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