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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 감춘 ‘헴팬티’ 무봉제 ‘페이크삭스’ 언더웨어 시장에 부는 ‘비밀스런 바람’
롯데마트 5월까지 페이크삭스 46%↑
헴 소재·노라인 속옷은 233.6%↑



#. 최근 2년 사이 직장인 최모(28) 씨의 옷장엔 살구색 속옷이 반 이상을 차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흰 상의 아래 검정색 비치는 속옷을 입는 ‘시스루 룩’을 즐겼지만, 언젠가부터 촌스럽고 민망하게 느껴졌다. 최 씨는 “브라도 브라지만, 얇은 소재의 바지에 속옷 자국이 남는 것도 칠칠맞게 보이는 것 같아 팬티도 전부 엉덩이 부분에 봉제가 없는 헴(Hem) 소재로 바꿨다”고 했다. 


검은 브라 위에 하얀 블라우스나 티셔츠를 입는 과감한 ‘시스루 룩’이 지고, 속옷은 물론 양말까지 꼭꼭 감추는 ‘시크릿 룩’이 대세로 뜨고 있다. 예컨대, 속이 훤히 비치는 쉬폰 소재 안에 브라캡이 내장된 같은 색깔의 민소매 티를 입어 어깨 끈을 최소화하거나, 달라붙는 원피스 안에 속옷 선이 드러나지 않는 팬티를 착용하는 것. 유행의 변화로 언더웨어 시장에도 ‘비밀스런 바람’이 불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와 의류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간 판매된 속옷과 양말 등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실제 의상 착용 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언더웨어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증했다.

롯데마트 PB 의류 브랜드인 ‘베이직 아이콘 여성 팬티’는 기존 고무줄 팬티에서 라인이 감춰지는 ‘헴 팬티’와 ‘노라인 팬티’로 리뉴얼한 후 매출이 233.6% 증가했다. 덧신을 닮았지만, 발등 부분이 더 깊이 파여 마치 아무것도 신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페이크 삭스(fake socks)’ 매출도 45.7% 늘었다. 또 매출 구성비는 20% 가까이 올라, 양말 구매 고객 5명 중 1명은 페이크 삭스를 신는 것으로 분석됐다.

속옷 전문 업체 비비안의 매출 오름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부 색상과 가장 비슷해 비침이 적은 살구색 노라인 및 헴라인 팬티가 전년 동기 대비 15% 더 많이 팔렸다. 페이크 삭스의 경우 올해 3~5월 석 달 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비단 여성 속옷뿐 아니라 남성 속옷에서도 ‘감춤’이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 삼각팬티와 트렁크 팬티의 중간 형태인 드로즈를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신유리 비비안 디자인실 남성속옷 라인 담당 과장은 “최근에는 6대 4 정도의 비율로 드로즈가 트렁크팬티보다 많이 구성되고 있고, 드로즈만 찾는 남성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러나지 않는 언더웨어의 인기는 패션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있다. 비비안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강지영 팀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사람들이 여름에 속옷의 색상이나 라인이 비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타이트한 쫄티나 스키니 바지 등이 유행을 선도하며 속옷 라인에 신경을 쓰게 됐다”며 “라인을 잘 감추는 걸 일종의 ‘패션 예의’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동진 비비안 레그웨어 담당 대리도 “올해는 여름에도 앞뒤가 막힌 슬립온 스타일의 신발이 인기라 페이크 삭스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판매 중인 팬티 상품 80% 이상을 ‘헴 팬티’와 ‘노라인 팬티’로 구성했다. 이와 함께 오는 29일까지 전 지점에서 ‘브랜드 언더웨어 공동기획전’을 진행해 유명 브랜드 언더웨어 상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유명 여성브랜드 속옷 상품인 아르보 비너스 팬티(10매)를 1만6000원에, 아르보 비너스 브라(5매)를 1만9000원, AMO 트라이엄프 팬티(10매입)를 1만6000원에 판매한다.

양말 및 어린이 속옷도 선보인다. ‘남성 페이크 삭스(10족)’를 1만2000원에, ‘겨울왕국 여아팬티(10매)’, ‘터닝메카드 남아팬티(10매)’를 각 1만원에 판매한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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