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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 없는 로마, 납세 전쟁…로마 최초 여성 시장, 직면 과제는
[헤럴드경제] 이탈리아 로마의 최초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비르지니아 라지는 그 상징성 만큼이나 어깨에 진 짐이 많다. 시장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소속 정당 ‘오성운동’의 일원으로서 지게 된 책임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라지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을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정당 ‘오성운동’ 이미지 바꾸기=라지의 당선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오성운동에도 큰 소득이다. 라지의 향후 행보에 따라 오성운동의 이미지와 영향력은 일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자료=비르지니아 라지 페이스북]

오성운동은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기에는 아직 ‘반체제적’ 이미지가 강하다. 창당자의 영향 탓이다. 오성운동은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깨끗한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좌파와 우파라는 기존 정당 체계를 부정하며 2009년 창설한 정당이다. 그릴로는 ‘반(反)EU’를 외치는 영국의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UKIP)에 우호적 입장을 보이는 등 강한 반체제 성향을 보이는 인사다. 이 때문에 오성운동은 성격이 강한 ‘저항 정당’이라는 인식 속에서 지지율 끌어 올리기에 한계를 보여 왔다.

수도에서 시장 자리에 오른 라지의 행보에 따라 오성운동이 ‘합리적’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될 경우 현재에 비해 지지 기반을 크게 확산시키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부패 없는 로마 만들기=로마를 ‘믿을 만한’, 부패에서 자유로운 도시로 만드는 것 또한 라지의 과제다.

로마의 마리오 이냐치오 전임 시장은 지난해 10월 사적인 식사에 공금을 유용했다는 비난에 처한 후 시장직에서 사임했다. 이 공금 스캔들은 마피아와도 관계가 있는 알려졌다. 이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지방 기업가와 관리, 정치인 등은 재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으로 시민들은 강한 정치적 환멸에 휩싸였다. 이것이 청렴결백을 내세운 오성운동, 정치 신인 라지의 성공에 크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지는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로마를 법을 수호하는 투명한 도시로 복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성 정치인에 등을 돌린 로마 시민들은 우선 라지의 말에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

▶바티칸 뒤에 숨은 이들과의 ‘세금 전쟁’=바티칸과의 ‘납세 전쟁’ 또한 라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종교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어 사실상 불가침의 영역과 같이 여겨졌던 이 문제를 신임 시장이 해결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선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라지는 만약 당선된다면 바티칸 소유 부동산에 들어선 상점 등이 제대로 내지 않은 세금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미납액이 2억5000만유로에서 4억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라지는 과거 행정부가 교회를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이를 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2세 또한 바티칸 소유 부동산의 상점 등에 대해 납세를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생활밀착형 문제, 제대로 해결하기=라지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과 구분됐다. 경험 부족을 문제 삼는 일각의 우려에 “로마 토박이라 로마 곳곳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열악한 교통과 도로 인프라, 쓰레기 수거 문제, 빈약한 교육 시스템 등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는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현 이탈리아 정부가 2024년 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라지는 올림픽 유치를 정면 비판하며 자신이 지적한 생활 속 문제들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대 담론에서 한 발 떨어져 있되, 공약으로 내세운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해야 로마 시민들의 기대와 믿음을 지켜낼 수 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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