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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과거사 피해자가 상고포기했어도 국가가 손해배상해야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283일 복역한 권 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대법, ”불법체포 및 감금됐던 권씨에 국가가 손해 배상 책임 있다” 판단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970년대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피해자가 무죄 입증을 위한 상고를 포기했어도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는 전국민주청소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권모 씨와 가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권 씨는 1974년 서울대학교에 다니던 중 민청학련 관련 긴급조치 제1, 4호를 위반하고 내란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선 징역 12년을, 2심에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권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11일만에 취하했고 1975년 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대법원 전경

세월이 흘러 2005년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유신정권이 학생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문·감금을 통해 학생들이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거짓 자백하도록 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사건 피해자들은 2009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권씨도 이에따라 2012년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은 권 씨에게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권 씨와 가족 3명은 무죄 판결을 기반으로 정부를 상대로 불법 체포 및 구금 등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가 권 씨와 가족들에게 1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권 씨는 가족과 변호인과 접견하지 못한 채 가혹행위를 당했고, 위압적인 상태에서 작성된 진술서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아 283일간 복역했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어 국가가 권 씨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권 씨가 과거 재판에서 수사기관이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진술하지 않았고 스스로 상고를 취하했다”면서 “수사과정에서 위협적인 분위기나 폭행, 강요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권 씨는 과거 불법체포, 불법감금을 당했고, 수사기관의 위법 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내란 음모 죄 등) 공소가 제기됐다는 점이 인정돼 2014년 1월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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