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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장 승강이, 발품 보물찾기…한식당 셰프의 식재료 대작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정통 전통요리 셰프의 명품 음식은 기능과 손끝맛이 좌우하지만 식재료의 품질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변수이다. 좋은 식재료를 얻는 능력은 최고 셰프의 중요한 ‘실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셰프가 탐험가 못지 않게 험준한 산과 계곡을 다니는 것은 결코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뷔페에 한식 비중이 높은 제주의 한 호텔 셰프들은 필요한 식재료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팔아 중산간 일대를 돌기도 했다.

서울에서 대한민국 음식을 지키고 있는 특급호텔 셰프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 5일장을 전전하며 식재료의 상태를 살피다 촌로의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바닷가 선착장에서 ‘바로 그 배’를 기다리느라 손 비비며 발을 구르기도 한다.

▶메이필드 셰프들이 직접 담근 발효식품 상태를 살피고 있다.

식재료 공수= 롯데호텔 서울 셰프들은 최고의 제철 식재료를 선보이기 위해 새로운 메뉴 구상이 끝날 때 마다 전국 원산지를 도는 순례단을 구성한다. 만지고 들춰보다 싸우는 일이 허다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상인에게서 그럴듯한 물건을 사주고 싶은데 최고가 아니라서 포기하고 돌아오는 안타까움도 있다.

제철 식재료 리스트를 만든뒤 현장 탐방을 통해 새로운 목록을 추가하기도 한다. 전복은 전남 완도에서, 성게는 제주 성산포항에서 직접 공수하는 등 신선한 제철 음식을 색다른 시도로 맛 볼 수 있다.

워커힐 셰프들은 산채 공수를 위해 강원도 등 전국 5일장을 전전하며, 꽃게철에는 서해안 부근으로 호텔 셰프와 구매 직원이 직접 찾아가 꽃게를 이리 만지고 저리 만져 알이 꽉 찬 놈을 공수해 온다.

지역별 특산품 프로모션을 할 경우, 남해는 통영, 남해, 서해는 서산, 태안 등을 돌며 새로운 식자재를 발굴한다. 남도프로모션의 경우 전남 한상차림의 구색과 배치, 순서 등에 대한 향토전문가의 철학도 익힌다, 손맛 좋기로 유명한 어르신에게 꾸지람을 들어가며 향토음식 조리법을 익힌 뒤 자신이 배우고 닦은 조리과학과 접목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수펙스 김치

신라호텔 서울 셰프들은 한 달에 한 두 번씩 구매팀과 셰프가 합동소싱팀을 구성해 전국의 산하를 돈다. 기획, 조리, 구매팀이 주 1회 미팅을 통해서, 산지 조사 내용 발표, 제철, 제산지의 식자재를 선정, 메뉴 개발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한식당은 없지만 뷔페의 한식 비중이 높은 그랜드힐튼 셰프들도 제철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전국을 순회한다.

발효과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한식당 ‘온달’에 제공되는 ‘수펙스(SUPEX) 명품 김치’는 정상회담 단골 메뉴에 올랐다. 전세계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식품안전관리체계로 인정 받고 있는 HACCP 인증을 획득,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면까지 최고 수준임을 공인 받았다. 1989년, 호텔 최초로 호텔 내에 김치 연구실을 개설해 27년째 발효과학을 확장발전시키고 있다. 김치 명인 이선희 조리장이 중국, 이탈리아 등지에 명품김치를 알렸고, 정상회담과 VIP의 해외순방때 이 김치를 공수하고 있다. 갓김치, 나박물김치, 백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 열무물김치, 총각무김치, 파김치, 오이소박이, 깍두기 등 약 10종이 있다.

▶그랜드힐든 셰프들이 산에서 입수한 봄나물들

매년 셰프들이 모여 간장과 고추장 등을 담그고 수시로 상태를 체크하는 메이필드 호텔 봉래헌은 장류 뿐 만 아니라 김치 분야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봉래헌은 봄에는 쑥부쟁이물김치와 더덕물김치, 여름에는 오이물김치, 가을에는 순무물김치와 홍시를 넣어 담근 배추김치, 겨울에는 인삼 물김치와 생새우를 넣은 포기김치 등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김치를 비롯해서 총각김치, 석박지, 동치미, 파김치, 갓김치 등 직접 담그는 김치의 종류만 해도 20가지가 넘는다.

신라호텔 서울은 자극성을 최소화하고, 담백한 맛과 시원한 맛을 최대한 끌여 올리고, 메뉴별 조화를 고려하여 숙성된 김치를 제공한다. 현재는 더덕김치는 고기요리에, 배보쌈김치는 기본 반찬으로 올린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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