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노령화 사회의 그늘…노인시설내 학대가 는다
“밤에 잠안자고 돌아다닌다” 폭행
요양시설 이용확대 따라 증가뚜렷
60대 자녀들의 노노학대도 급증
돌봄시스템 재정비 급선무



#1. 서울 은평구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믿기지 않는 일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졌다. 맞벌이 때문에 치매가 걸린 아버지를 돌봐드리기 힘들어 요양원에 모셨는데, 해당 기관에서 ‘노인들이 기저귀를 너무 헤프게 쓴다’는 이유로 젖은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고, 식사량까지 줄였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A 씨는 “하루 종일 일을해야 생활이 유지되는 형편에 직접 아버지를 돌볼 수 없어 전문 기관에 모셨는데, 이런 고초를 겪으셨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불효자가 된 것만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2. 서울 양천구의 한 노인요양원에 지내고 있던 치매 환자 B(75ㆍ여) 씨는 지난 2014년 5월 새벽 ‘밤에 잠을 안자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 C 씨에게 폭행당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B 씨는 얼굴과 등을 주먹으로 맞고, 침대에 내팽겨쳐져 결국 전치 8주에 이르는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해당 사건으로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이 내려진 노인요양원은 처분이 가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기까지 했다.

노인학대 양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아닐 수 없다. 자녀가 직접 부모를 부양하는 대신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해당 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갈수록 증가세다. 또 중장년이 아닌 노년의 자녀층이 80~90대 부모를 학대하는 ‘노노(老老) 학대’의 비율 역시 커지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전문기관)이 발표한 ‘2015년도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45건이던 노인 생활시설 및 이용시설의 노인 학대 발생건수는 2014년 234건, 2015년 263건으로 늘어났다.

학대행위자별 통계를 봤을 때도 이런 추세는 뚜렷하다. 타인 및 기관 내 학대자의 수는 지난 2011년 407명에서 2015년 662명으로 4년만에 62.7%가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행으로 인해 노인 생활시설 등에 대한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과거에 비해 시설에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발생 즉시 신고로 이어지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100세 시대’로 불리는 고령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은 ‘노노학대’에서도 볼 수 있다.

전체 학대행위자 중 60대 이상 학대행위자의 비율은 지난 2010년 27.5%에서 불과 5년만인 2015년에 14.5%가 늘어난 41.7%를 기록했다. 이는 오랜 기간 학대행위자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한 40~50대 중장년층이 기록한 4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부모 학대는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해 적발이 쉽지 않은데다 자녀들이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는 노부모도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염지혜 중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노인들의 빈곤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라며 “노년에 접어든 자녀 세대가 경제적으로 힘든 가운데 80~90대 부모층을 부양하며 받는 신체ㆍ정신적 압박으로 인해 학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동윤ㆍ고도예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