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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4곳, 특급호텔 한식당의 대한민국 지키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한식당’을 지키는 서울의 특급호텔은 워커힐, 롯데, 신라, 메이필드, 단 4곳이다.

이들은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있는 K푸드 열풍과 한국 최초 미슐랭 스타 식당은 올해중 한식당에서 집중적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전통을 지키고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의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한식당 셰프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정상 등 국빈 회담당에 단골 초빙돼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으며, 전통 음식의 복원과 새로운 퓨전 한식의 개발을 위해 고객응대 이후 자투리시간을 내어 스터디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남들이 돈 되는 일에만 열중할 때,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온달’과 ‘명월관’, 메이필드호텔 ‘봉래헌’, ‘낙원’, 호텔신라 ‘라연’, 롯데호텔 ‘무궁화’ 등 4개 호텔, 6개 한식당 셰프와 총지배인의 한식 지키기는 눈물겹다. 이들 호텔이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할 이유이다.


▶서울로 직송된 로컬푸드 식재료로 장과 김치를 손수 담근 뒤 매일 상태를 체크하는 한식셰프들


▶워커힐 온달의 상차림

▶워커힐 온달과 명월관

워커힐 호텔 2층 ‘온달’ 서병호 조리장의 바보 철학은 ‘약이 되는 한식’이라는 전통 수호에 집중돼 있고 후배 셰프들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에 따라 다양한 ‘업그레이드 레시피’, ‘응용 퓨전 레시피’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회의를 한다. 최근 내놓은 ‘6각 따로육수 소머리곰탕’은 서 조리장과 후배들의 연구개발 팀워크가 이뤄낸 숱한 작품 중 하나이다.

‘온달’은 1983년에 오픈하여 전통 한식을 꾸준하게 선보여 왔다. 온달의 입구는 한지 아트월로 꾸며 환대의 의미를 담았으며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는 우리의 전통상인 소반으로 장식해 모던과 전통의 조화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음식은 조선시대 사대부 요리와 궁중음식의 찬품단자(饌品單子 밥상 위에 오르는 음식들을 적은 목록)를 재해석해 선보인다. 팔도의 제철재료를 활용하고 옛문헌의 고증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담아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온달의 메뉴들은 도예가 이세용 작가의 작품에 담겨 한식 고유의 정갈한 아름다움을 완성하며, 입구에는 정세훈, 양효진 작가의 한지 아트 월로 꾸며 양반가의 단아한 매력과 환대의 의미를 전한다. 실내에는 소반 작가 양병용의 소반 전시로 우리 전통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황진이의 시조를 떠오르게 하는 ‘명월관’은 월드가이드북 게재, 한식당 1위의 명성을 자랑한다. 명월관은 최상의 한우와 전통 참숯만을 이용한 특유의 갈비 맛, 그리고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야외 가든과 단청 무늬 한옥의 조화로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특히 ‘명월관’은 전세계로 배포, 판매되는 전문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ZAGAT)’의 2010년 서울 레스토랑 가이드 한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기능 보유자인 홍창원 선생이 명월관의 단청을 재단장하기도 했으며, 한국의 ‘맛’을 알리기 위한 메뉴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상품이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된장 양념의 ‘장향갈비’다.

또한, 업계 최초로 1989년 호텔 내 김치 연구실을 개설하여 ‘워커힐 수펙스 김치’를 탄생시키고 지속적으로 김치의 맛과 영양을 연구해 왔다. 2010년 11월 G20 정상 배우자 오찬에서는 전통 궁중조리법을 활용한 한식을 G20 정상 배우자들에게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2010년 1월에 오픈한 R&D 센터 역시 호텔 업계 최초의 본격적인 R&D 센터로서 김치뿐만이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롯데호텔 무궁화

▶롯데호텔 무궁화

서울 본관 38층에 있는 ‘무궁화’는 모던 코리안 퀴진을 선보이며 한국 정통 반가 음식인 한정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가미된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식기가 한식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한식과 어울리는 화요, 설화 등 16종의 전통주와 40여종의 와인 컬렉션 및 고급 명차 10여종을 제공하고 있으며 와인 소믈리에와 티 소믈리에가 제공하는 음료 매칭 서비스도 제공된다.

1979년 롯데호텔 개관과 동시에 오픈한 ‘무궁화’는 서른 살이 훌쩍 넘은, 특급호텔 한식당 중 가장 맏형이다. 외국 손님이 양식당을 주로 찾다보니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한민국 한식의 맏형이라는 자존심때문에 규모를 축소할수는 없었다. 오히려 롯데호텔은 2010년 11월, 리뉴얼 작업에만 5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호텔 최고층인 38층으로 새롭게 이전 오픈한 것이다.

리뉴얼 오픈 이후 가장 크게 변한 점도 주요 고객층으로 서양인(미주, 유럽계)과 한국인 고객의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90% 이상이 사전예약 고객으로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을 찾은 출장객과 사업상 접대, 격식 있는 모임, 상견례 등 공식적인 행사가 증가했다. 일 평균 매출도 종전보다 약 2.5배나 증가했으며 한식 세계화의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무궁화는 요리사로서는 최초로 2009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이병우 총주방장의 진두 지휘 아래 한식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 등을 준비한 천덕상 셰프가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한식의 세계를 선사하려는 무궁화의 노력은 2012년 이후 2년 연속 밀레가이드 한국TOP5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한국판 미슐랭가이드’로 불리는 2014 블루리본 서베이에서는 2년 연속 리본 3개의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텔신라 라연

▶신라 라연

서울신라호텔 23층 ‘라연(羅宴)’은 ‘한식 정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라연은 ‘예(禮)와 격(格)을 갖추어 차려낸 최고의 한식 정찬’을 컨셉으로, 전통의 맛을 세심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제철 식재료와 정통 조리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인다.

라연은 수천년 역사의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며 라연만의 메뉴를 구현하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을 지닌 대한민국의 계절에 맞는 제철 식자재 사용을 기본으로 하고 각 식재료 고유의 맛을 유지하되 라연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도록 메뉴를 구성한다.

한식당 ‘라연’은 2013년 8월 오픈했다. ‘라연’의 내부 디자인은 2006년부터 서울신라호텔 전반을 디자인한 피터 리미디오스와 국내 자문가들이 참여했다. 외국식 식당보다 투자를 많이 했다. 글로벌한 디자인 감각에 고증을 거친 한국 전통 문양과 전통적 소재를 활용하여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라연에서는 서울신라호텔의 전체적인 콘셉트인 모던함과 한국의 미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절제미를 유지하면서 전통문양인 솟을무늬 창을 인테리어에 사용하여 차분하면서 격조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기물은 전통 백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조형미로 재해석한 한국의 유명 작가인 라기환 작가와 이기조 작가의 작품을 사용하고 목기는 손대현 작가의 작품을 사용하여 한식 정찬의 격을 완성했다.

‘라연’은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호텔 레스토랑으로는 유일하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50大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에 선정됐으며, 국내 식당 중 유일하게 ‘베스트 초이스 인피니트 레스토랑 갈라 어워즈(The Best Choice of Infinite Restaurants Awards Gala)’에서 ‘가장 사랑 받는 한국 레스토랑’상을 수상했다.


▶궁중 수랏간 같은 메이필드 한식당

▶메이필드 봉래헌과 낙원

이 호텔은 모든 장과 김치를 사계절 내내 직접 담그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특별하다. “충분히 숙성된 간장에서는 짠맛과 단맛이 골고루 난다. 한국의 장은 식재료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발효기간에 따라 깊고 다양한 맛을 낸다”는 것이 총래헌의 발효철학이다.

전세계 미슐랭 레스토랑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제철에 나는 로컬 식재료이며, 미슐랭 3스타 셰프인 키케 다코스타(스페인)의 비밀 소스는 바로 한국의 간장이다. 7년의 시간을 기다려 손님상에 오르는 봉래헌의 간장은 제철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맛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봉래헌’은 아름다운 한옥건축과 정원이 돋보이는 곳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궁중음식 체험 식당이다. 특히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이 모두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궁중 나인의 복식을 하고 있어 수라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봉래헌의 모든 메뉴는 서울과 경기 지방에 근간을 둔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구현하고 있으며, 미국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자갓 서베이’에 우수 한정식 레스토랑으로 소개되기도 하였던 만큼 최상의 재료와 정성으로 명품 슬로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김포공항 옆에 있고, 인천공항도 가까워 세계 온나라 승무원들이 맛을 보며 입소문을 내는 한식 세계화의 관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장금’ 분위기가 연출돼 외국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한식

워커힐에서는 궁중 상차림과 임금님의 점심 상차림을 의미하는 낮것상, 청국장과 된장 조치 등이 밥과 반찬과 차려지는 반상과 일품 요리로 주문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G20 배우자 오찬,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만찬 등에서 호평을 받았던 음식을 구성한 ‘정상의 만찬’과 임금님의 점심 상차림을 뜻하는 ‘온달 낮것상’이 대표 메뉴. 정상의 만찬의 경우 프로모션으로 단기간 선보인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아 정규 메뉴화를 고려하고 있다. 궁중 상차림은 기본찬 5종, 특선냉채, 조리장특선죽, 삼색전유화, 도가니만두찜, 활전복돌구이, 매실남도떡갈비와 구운야채, 골동반 또는 된장조치, 전통한과와 차로 짜여진다.

롯데호텔 서울의 경우 천덕상 셰프가 꼽는 무궁화 대표 음식은 ‘명장 무궁화 구절판’과 ‘해물 궁중 신선로’다. 무궁화에서 준비하는 구절판의 차림은 최고의 식재료 사용을 위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인삼, 더덕, 애호박, 파프리카, 표고버섯, 쇠고기, 킹크랩 등을 다채롭게 곁들인다. 흑임자 가루, 주황과 노랑 파프리카 주스, 매생이를 이용해 곱게 부친 사색 밀전병과 함께 즐기는 구절판의 맛과 섬세함에는 오바마 대통령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전통 궁중 요리의 대명사인 신선로에 해물을 더해 색다른 맛의 조화를 선보이는 해물 궁중 신선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라의 주요 메뉴는 △1++ 한우양지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맑고 깊은 맛을 낸 육수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은 ‘신선로’, △둥글레차에 하루 저녁 숙성을 시킨 밀전병에 여덟 가지의 제철 재료를 곁들이는 ‘구절판’, △서울신라호텔만의 차별화된 쇠고기 건조숙성 전용 숙성고에서 1~4도의 온도로 45일 동안 건조시킨 ‘건조숙성(드라이 에이징) 한우구이, △라연에서 개발한 한국식 디저트 ’홍삼빙설‘ 등이 있다.

메이필드 호텔 봉래헌의 대표 메뉴로는 전통 궁중음식을 재현한 진구절, 신선로, 삼합장과, 가평 잣으로 즙을 내어 버무린 대하 냉채 등으로 구성된 한정식 코스가 있으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진찬’ 코스를 추천한다. 30년 동안 한정식만을 담당한 실력파 여성 이금희 조리장의 야무진 손맛과 담백한 맛을 강조한 봉래헌의 궁중음식은 명품 슬로우 푸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워커힐 관계자는 “그 동안 회전율, 식재 수급 등의 문제로 한식당 운영을 기피했던 호텔들이 최근 거세진 K-FOOD 열풍을 타고 다시 ‘한식’에 주목하고 있으며, 워커힐에서는 한식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젊은 층을 시작으로 남녀노소 선호할 메뉴들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정통 한식의 글로벌 전도사인 한식당에 정부와 국민 모두 성원과 지지를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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