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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패산 등산객 살인사건 ②] 경찰, 정신질환 피의자 신상도 공개키로…찬반 논란
-책임능력 제한되는 정신질환자 신상공개에 비판 목소리
- 2차 피해 우려, 범죄예방 효과 미비…찬성 의견도 적잖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최근 화성 방조제 토막 살인 사건부터 사패산 등산로 살인 사건까지 강력 범죄가 연이어 터지고 이들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자 경찰이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강력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하기로 하면서도 신상공개 가능성을 열어둬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 수사국은 15일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 위한 지침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가상 인물 이미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비밀엄수 의무,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ㆍ이름ㆍ나이 등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란 특례법’ 제 2조에 따라 살인ㆍ약취유인ㆍ인신매매ㆍ강간ㆍ강제추행ㆍ강도ㆍ조직폭력 등 범죄에 대해서는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경우 신상공개위원회 의결에 따라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개정안은 특강법 제 8조의2에 규정된 요건을 서술형이 아닌 항목별로 정리해 신상공개여부에 참고토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유형별 체크 리스트는 ▷사체훼손ㆍ토막살인ㆍ장기 적출ㆍ흉기 사용 여부 등 잔인성 ▷사망이나 중상해 등 중대 피해 여부 ▷자백이나 보강증거가 있는지 여부 ▷피의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유사범행이나 금고 이상 동종전과가 있는지 여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또 피해자 인권이나 가족ㆍ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거나 아동학대처벌법ㆍ성폭력특별법 상에서 공개를 제한할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신상 공개의 기준이 매번 다르다는 지적을 감안해 기존에 각 경찰관서에 두던 신상공개위원회를 지방청 소속으로 격상하고 외부 전문가를 3명 이상 참여토록했다. 공개 시기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로 정했다. 피의 사실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이 완료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정신질환 피의자의 경우 처벌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치료 대상인 점을 감안해 진료기록ㆍ의사 등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했지만 공개의 가능성은 열어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현병 등 정신착란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를 경우 감형 대상인데 신상까지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수사 과정에서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며 “(신상공개가) 치료 대상인 피의자와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인 만큼 신상을 공개한다고 해서 재범을 방지하거나 범죄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남 관동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예측 불가능한 범죄를 미리 알아차리기 위해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도 있겠지만 정신질환자의 경우 책임능력이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생한 수락산 살인사건을 수사한 노원경찰서는 피의자 김학봉(61) 씨가 편집 조현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재범 우려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며 신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행인 만큼 신상공개로 인한 범죄 예방이나 재발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경찰 스스로도 정신질환 범죄자의 신상공개의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상공개를 신중히 결정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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