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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패산 등산객 살인사건 ①] 산속까지 뻗친 마수… ‘묻지마 성범죄’에 두려운 여성들
-범행동기 결국 ‘성폭행’으로 드러나…피의자 범행 전후 음란물 즐겨봐
-대낮에 등산로에서… ‘인적 없는 곳’ ‘밤 시간대’ 기존공식 깨는 성범죄
-“어디든 다니기 무섭다” 공포심 확대…15일 현장검증은 비로인해 취소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사패산 등산객 살인사건 피의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사람이 많은 등산로에서 낮 시간대 발생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초에 범행동기는 ‘성폭행’이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피의자 정모(45) 씨가 처음부터 돈을 훔치는 것 외에 성폭행할 의도도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진술했다. 

보통 성범죄는 인적이 드문 은밀한 장소에서 밤 시간대에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사패산 사건의 피의자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등산로’라는 장소와 ‘오후 3시’라는 낮 시간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묻지마 성범죄’에 대한 포비아(phobiaㆍ공포)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범행 전후에 여러 차례 휴대폰을 이용해 성인 동영상을 본 사실을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범행 당일날도 24시간 만화방에서 생활하다 돈이 떨어지자 사패산에 갔고 외딴 곳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보고 성폭행을 할 의도로 뒤로 다가가 자신의 팔로 목을 감아 조른 것이다. 이어 정 씨는 주먹으로 피해자를 때리고 상의를 걷어 올리고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가방 안에 있던 지갑을 훔쳐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 씨를 기존의 ‘강도살인’ 혐의에 ‘강간 미수’ 혐의를 더해 추가로 조사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패산 사건은 일반적인 성범죄와는 다르다. 보통 성범죄는 인적이 드문 은밀한 장소에서 밤 시간대에 일어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성 안심귀가서비스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시행되는 것도 보통 성범죄가 밤 시간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인 성범죄의 특징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패산 사건의 피의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등산로’라는 장소와 ‘오후 3시’라는 낮 시간대에 범행을 저질렀다. 기존의 일반적인 성범죄와는 다른 특징의 사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의정부 사패산에서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정 씨가 지난 13일 의정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의정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의외의 장소와 시간대에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밝혀지자 ‘묻지마 성범죄’에 대한 포비아(phobiaㆍ공포)가 증가하고 있다. 등산하던 60대 여성 등산객이 흉기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된 수락산 사건에 이어 이번 사패산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등산로 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발생할 지 모르는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직장인 배모(34ㆍ여) 씨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엔 상가 화장실을, 수락산ㆍ사패산 살인 사건 이후엔 등산이나 유원지만 가도 경계 태세를 취하게 된다”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히 다닐 수만은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기초 치안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탁종연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등산로와 같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성폭행을 시도한 이번 사건은 이례적인 성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제한된 치안 인력으로 모든 곳에서 항상 일어나는 사건 전체를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탁 교수는 “현실적으로 현재 시행중인 기초 치안을 유지하는 데 더욱 신경쓰면 궁극적으로 강력범죄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예정됐던 현장검증은 비로 인해 16일로 연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 주변에 바위 등이 있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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