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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EU, 韓디젤차 규제강화에 이의 제기하나...통상마찰, 내정간섭 논란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우리 정부가 경유차를 억제해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 관련 유럽연합(EU)이 정식으로 회의를 열고 입장 표명에 나선다. 국내 수입차 시장 80% 가까이 차지하는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디젤 엔진 중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경유차 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자국 기업들의 영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정부의 대책에 유럽연합이 사실상 개입하는 국면으로 치닫게 되면서 나아가 통상마찰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유럽 각국은 자국 내 경유차를 줄이려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내에서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입장을 취해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출처=게티이미지]

1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다음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한국 정부 미세먼지 대책을 안건으로 상정시키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한 지 3주 만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종합된 결론을 우리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정통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한국 미세먼지 대책이 향후 유럽 자동차 기업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형성하고, 유럽연합이 우리 정부와 향후 대책 관련 협의를 주장하는 내용 등이 비중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유차 저공해차 지정기준을 휘발유ㆍ가스차 저공해차 수준으로 대폭 강화해 사실상 경유차 혜택을 폐지했다. 현재 배출가스 기준 이하인 경유차 유로5와 유로6는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번 대책에 당장 포함되진 않았지만 유력하게 검토됐던 경유가격 인상과 경유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등도 유럽연합에서 예의주시하는 부분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앞서 환경ㆍ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업계 입장, 국제수준 등을 고려해 향후 경유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과의 협의를 요구하는 내용도 입장에 담길 수 있다.

유럽연합의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유럽연합과 우리 정부 간 갈등이 커질 경우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유럽연합과 환경 규제를 추진하려는 우리 정부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에서도 경유차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자국 수준에 맞춰 국내 진출 유럽 기업들이 이중 부담을 겪지 않도록 조율하려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세제에 대해 협의를 요구할 경우 통상마찰은 물론 국정간섭으로까지 내비칠 수 있어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유럽 각국이 자국에선 경유차를 억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실제 프랑스는 수도 파리에서 2020년까지 디젤 차량을 완전히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는 디젤을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판매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은 연내에 유로6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에 대해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이미 경유차 감소 정책을 펴고 있어 우리 정부 대책에 쉽게 개입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국제적 비난을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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