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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중 노조 ‘임단협’ 사측에 위임, 설립 80년만에 처음
“조선위기 노사가 함께 넘자” 대승적 결단

채권단 경영정상화 지원에도 긍적적 영향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최근 불어닥친 조선업계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설립 최초로 임금단체협상을 회사에 위임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14일 김외욱 한진중공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경기 악화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한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러한 결단은 지난 1937년 한진중공업이 설립된 이후 8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최근 조선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와 조선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 2012년 기업별 노조로 출범한 이후 5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전체 조합원 657명 중 472명(72%)이 가입한 한진중공업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다. 2012년초 투쟁만능주의 결별과 노동자 권익보호를 기치로 하여 설립됐으며 창립 1주일 만에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대표노조로 출범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 2013년 ‘한진중공업 재도약을 위한 시민토론회’ 참가를 비롯해 부산시장, 부산시의회 의장,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주요인사들을 방문해 회사 살리기를 호소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 파업에도 불참하는 등 회사와 조합원의 생존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당시 노조측은 “조합원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며, 작금의 조선업종 불황은 세계적인 문제로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사내 소식지를 통해서도 “전쟁에 가까운 수주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면 노조와 회사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에 경기침체로 인한 어려움과 노사갈등을 극복하고 노사간 협력적 관계를 정립한 노력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올해 들어서는 회사가 자율협약을 신청하자 한진중공업을 대표하는 법적 책임이 있는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의 생계와 고용안정을 최우선시하여 자율협약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역 노동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태풍으로 노사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며 “한진중공업 사례처럼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위기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해 준다면 조선업이 회생하는 데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당장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먼저 생각하여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회사도 경영 정상화 방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조합원들의 생계와 삶의 터전을 지키는 데 더욱 노력해 달라”며 “채권단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정상화를 위한 물밑 지원과 생산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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