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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랜드 참사 ②]혐의점 없던 용의자의 현실화된 테러…‘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점령당한 美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올랜도 게이 클럽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만에 또 다시 미국이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암울하 전망도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했고, 론 호퍼 FBI 특수조사팀장은 “용의자가 지하드(이슬람 성전) 사상에 경도됐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용의자 오마르 마틴이 IS를 추종해 범행을 벌였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용의자가 총격 직전 911에 전화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고, IS 연계 매체인 아마크통신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은 IS 전사가 저지른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비록 용의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IS와 직접 연계돼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자생적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마크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IS 전사의 소행이라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지난해 파리 테러나 올해 브뤼셀 테러 등 IS와 직접 연관된 테러와는 다른 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중동 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호로위츠는 “(이는) IS가 공격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IS가 공격을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마틴이 2013~2014년 세 차례나 FBI의 조사를 받았음에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틴은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 후손이기는 하지만 이렇다 할 전과가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14명의 사망자를 낸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과의 유사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당시 사건의 범인이었던 사이드 파룩과 타쉬핀 말리크 부부는 각각 공무원과 가정주부로 지내며 평범한 시민의 외양을 띠고 있었지만, 범행을 벌이기 며칠 전 SNS를 통해 IS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밖에 공공기관이 아닌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곳에서 민간인(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나, 범행 전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IS는 최근 기존 근거지였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잇따라 패퇴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추종자들에게 IS의 주둔지에 가담하는 대신 현지에서 직접 테러를 벌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존에 IS로 지원자들이 유입되던 터키를 통한 길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IS에 가담하는 지원자의 수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90% 가량 줄었다.

이에 미국 정부의 대테러 전략의 손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미국 입국 절차와 이민ㆍ난민 심사,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 출입 절차 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파룩 부부나 마틴처럼 기존에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이들이 테러를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 재차 확인됐을 정도로 뚜렷한 근절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일을 계기로 FBI 조사 결과 위협적이라고 판단되지 않은 사람이 비행기를 타거나 총기를 구매해도 되는지, 혹은 그들을 계속해서 감시를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 새로운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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