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가 7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링 안에서는 전사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링 밖에서는 소수의 인권을 위해 싸운 위대한 챔피언이었습니다.
복싱사(史)에서 알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습니다.
1960년 출전한 로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 프로로 전향해 복싱의 부흥기를 이끕니다. 그는 3차례에 걸쳐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고 통산 19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통산 전적은 56승 37KO 5패 였습니다.
1981년 트레버 버빅과의 경기를 끝으로 링에서 내려왔지만 그의 위대한 역사는 계속됐습니다. 그는 복싱을 하면서도 흑인인권운동에 힘을 보태며 미국 흑인들의 권익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종차별에 맞선 위대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습니다. 선수 시절 많은 주먹을 맞은 후유증으로 ‘펀치드렁크증후군’이란 병이 그를 괴롭힌 것입니다. 미식축구 선수 등과 같이 머리에 지속적인 충격을 받는 운동선수들의 대표적인 직업병이죠. ‘펀치(punch)에 취하다(drunk)’ 란 뜻으로 지속적으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 뇌세포가 차츰 손상되면서 일어나는 후유증입니다. 안면 등을 집중 가격 당한 복싱선수들이 머리에 그 충격이 쌓여 뇌세포가 손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펀치드렁크 증후를 보인 선수가 생존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알리는 이 증세를 심하게 겪으면서 중추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앓았습니다.
무하마드 알리 외에도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제리 쿼리 선수도 펀치드렁크를 앓다가 세상으르 떠났습니다. 국내에서도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냈던 김성준 선수가 펀치드렁크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알리는 병마와의 싸움에서도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파킨슨병과 싸우던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입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던’ 과거의 날렵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과거 복싱계를 휘어잡던 챔피언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병마와의 싸움에서 지지않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그는 여전히 챔피언이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병마 다리를 절며 떨리는 손으로 성화봉을 들고 등장한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감동했습니다.
챔피언의 타이틀을 받아든 사람은 자신에 맞서는 누구와도 상대해야한다고 합니다.
알리는 인생이라는 링에 올라 다가오는 상대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억압당하는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고 자신을 괴롭히는 병마와도 싸웠습니다.
어떠한 상대와의 싸움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왜 그가 ‘위대한 챔피언’이라고 불렸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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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