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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12억원 ‘깜깜이 지출’ 반복…‘국회 연구단체’ 평가 강화 시급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20대 국회 개원에 발맞춰 우후죽순처럼 ‘국회의원 연구단체’가 생겨나는 가운데, 이들의 성과를 평가할 제도는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단체 활동의 대표적 성과 평가지표인 ‘보고서’를 외부 전문가에게 떠넘기는 행태가 만연함에도 이를 방치하거나 평가에 반영할 장치는 없었다. 국회는 지난 1994년 제정된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원규정’에 따라 매년 12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각 모임에 균등 배분한다. 국민 혈세가 사실상 기준 없이 ‘깜깜이’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10일 국회사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원금을 회수 당한 연구단체는 단 한 곳도 없다. 4년간 총 47억8700만원의 지원금을 70여개의 연구단체가 나눠 가진 것을 감안하면, 연구단체 한 곳당 7000만원 가량의 세금을 ‘거저’ 사용한 셈이다.



국회는 입법정책 개발과 의원입법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1994년부터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지원해오고 있다. 연구단체는 같은 원내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10인 이상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돼야 하며, 국회부의장과 각 원내교섭단체 수석부대표 등으로 구성된 지원심의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국회사무처에 등록된다. 국회의원 1인은 3개 연구단체를 초과해 가입할 수 없고, 연구활동 계획서나 연구활동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금이 회수될 수 있다. 연구 실적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지급되기도 한다.

문제는 연구 실적을 따지는 평가 기준이다. 연구단체 지원규정을 봐도 세미나 횟수나 관련 법안 발의 혹은 연구 보고서 제출 개수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원금 교부 여부를 결정하는 지원심의위원회가 각 교섭단체에 소속된 의원들로 구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자의적인 평가가 이뤄질 공산이 큰 것이다. 지원심의위원회를 뒷받침하고자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역시 연구 보고서 작성 과정 및 내용에 대한 심사 기준이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 연구 보고서의 ‘대필’이 빈번한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연구 보고서는 대부분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발제자나 외부 전문가에게 작성을 요청하는 식으로 마련된다. 개별 의원이 의정활동 와중에 주제를 직접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렵다”며 “연구단체 구성원 역시 ‘대표의원’ 또는 ‘연구책임의원’으로 명기된 사람 말고는 등록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이름을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연구단체의 결성부터 평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슷한 주제를 내건 연구단체가 중복 결성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도 문제다. 연구단체 지원규정 4조 5항에 따르면 ‘2개 이상의 연구단체가 목적 및 연구활동 내용 등이 유사한 경우 등록시기가 앞선 하나의 연구단체를 제외한 나머지 연구단체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일까지 접수된 7개 연구단체 중에는 ‘협치’ 혹은 ‘4차 산업’을 내세운 연구단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 관련 연구단체 발족을 추가로 준비 중인 의원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의 관계자는 “연구단체가 의원 전문성 향상보다 네트워크 확장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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