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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법조비리 대책 ‘선임계 없는 변호인 접견 금지’로 가닥, 실효성은?
-“전관예우 논란, 몰래 변론 막고 법조 신뢰 높아질 것” 기대
-“피의자 긴급 체포 등 비상상황 변론권 어려울 수도” 변호사 활동 제약 우려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검찰이 최근 잇따라 터지는 법조비리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는 변호사의 변론을 일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변호사들도 ‘전관예우’ 논란, ‘몰래 변론’을 방지하는 등 투명한 법조 환경을 만드는 방법으로 타당하다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법조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변호사 등이 구속되는 등의 모습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 방법으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는 변호인의 변론을 일체 금지하고 변호인과의 면담을 투명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법조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변호사가 선임계없이는 검찰 접견을 일체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이 모여 있는 한 빌딩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검찰은 선임계 없이 변론을 할 경우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비공개 변론이 횡행해 사법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선임계 없는 변호인의 변론 일체 금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다양한 법조계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김후곤 대검찰청 대변인은 “선임계 없는 변호사와 검사의 접촉을 금지하기로 최종 결정이 난다면 검사 행동강령, 내부지침 등을 새로 마련해, 위반할 경우 철저히 징계하는 등 강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강신업 변협 공보이사는 “선임계 없는 변호인 변론을 금지한다면 변호인들 활동에 일부 제약이 있긴 하겠지만 법조 시장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미 공식적으로는 선임계 없는 변호인 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전언이다. 변호사법 제29조에 따르면 변호사가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선임계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재판 중인 사건이나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변호하거나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이 사건을 정식으로 수임하지 않았으면서도 측면 지원하는 형식으로 검사나 판사를 접촉할 때 선임계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고위공직자 출신 변호인은 많은 일을 선임계 없이 진행했다. 고위공직자 출신 변호인이 전화 한통을 걸어주는 데 얼마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이런 관행은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키며 사법 불신으로 연결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구속 수감된 홍만표 변호사도 선임계 없이 검찰에 의뢰인을 풀어달라는 등의 청탁을 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는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선임계 없는 변호사의 변론 금지는 사실 이미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검찰이 관행적으로 접촉하면서 이뤄진 측면도 있다”면서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변호인의 적극적인 변론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조건적으로 선임계 없는 변호사의 변론을 금지하면 급박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변론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등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판사출신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긴급 체포되는 등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선임계를 준비할 여유 없이 피의자를 변론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다양한 상황에서 헌법에 보장되는 피의자 변론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변호사들은 사건을 맡기 전 검사 등을 접촉해 해당 사건의 성격이나 내용을 확인하고 수임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며 “변호인들의 활동이 투명하다면 정당한 활동까지 모두 금지해야 할지에 대해서 변호사협회 등 다양한 법조계 의견을 고려해 최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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