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마담아미의 문화쌀롱] ‘스위니토드’ 손드하임 음악은 왜 매력적인가
-‘스위니토드’ 6월 21일~10월 3일 샤롯데씨어터 공연
-원미솔 음악감독이 말하는 손드하임 음악의 매력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미국 뮤지컬계 현존하는 가장 위대하고 널리 알려진 음악가.”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프랭크 리치)

“아마도 가장 위대한 작곡가” (카메론 매킨토시)

미국 출신의 무대ㆍ영화음악 작사ㆍ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Joshua Sondheimㆍ86)을 수식하는 말이다. 여덟번의 토니상(특별상 포함 땐 토니상 최다 수상 작곡가)을 포함, 아카데미 주제가상, 퓰리처상 등을 수상한 그는 반세기 넘게 브로드웨이에 공헌하며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칭송받고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손드하임의 대표작인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오는 21일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손드하임이 작곡ㆍ작사하고 영국 출신 극작가 휴 휠러가 대본을 쓴 ‘스위니토드’는 1979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1980년 최우수 연출상 등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쓴 작품이다. 2007년 팀 버튼 감독이 영화화했고, 같은 해 한국어로도 초연됐다.

스위니토드는 미국 시장에선 크게 흥했으나 한국 시장에선 ‘참패’했었다. 영화 누적관객 약 7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뮤지컬 버전으로는 류정한, 양준모, 박해미, 홍지민 등 톱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손드하임의 음악이 한국에선 ‘마니아적’ 장르로 읽혔기 때문이다.

잔혹한 이발사의 핏빛 살인과 복수, 조승우, 옥주현이라는 국내 뮤지컬 톱 브랜드를 앞세우고 9년만에 돌아 온 ‘스위니토드’는 새 기록을 쓸 수 있을까. 공연 개막을 앞두고 손드하임 음악 세계를 들여다봤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주역 배우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손드하임 음악은 대중성이 떨어진다?…편견일 뿐=손드하임 음악은 종종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ㆍ68)와 비견된다. 웨버가 감성적이고 쉬운 멜로디로 대중성을 갖고 있다면, 손드하임은 치밀하게 계산된 짜임새로 작품성에 무게를 둔다.

손드하임의 음악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의 음악에 치밀하다 못해 ‘수학적’으로 계산된 듯, 퍼즐같은 운율과 라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의류 제조사였던 아버지와 패션 디자이너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손드하임은 어려서부터 음악과 퍼즐, 수학에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매거진에 워드퍼즐 시리즈를 출간했을 정도. 비평가들은 퍼즐 및 단어 게임에 대한 손드하임의 관심이 그의 음악에서 수려한 단어, 자연스러운 듯 계획적인 라임, 말장난, 그리고 상징성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이야기 해 왔다.

손드하임이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발을 딛게 된 건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 되던 해.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음악에 가사를 붙이면서다. 이어 1962년 ‘광장으로 가는 길에 생긴 웃기는 일(A funny thing happened on the way to the forum)’이라는 긴 타이틀의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작곡ㆍ작사가로서 ‘손드하임’ 크레딧을 갖게 됐다. 이 작품은 컬트적인 요소로 곧 막을 내렸지만, 타이틀 곡은 손드하임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960~1970년대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음악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엔 너무 무거우며, 대중적으로 성공하기에 너무 복잡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3년 ‘소야곡(A little night music)’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의구심은 해소됐다.

이 작품은 우아한 왈츠풍의 음악과 따뜻한 유머로 유럽, 북미 관객들을 사로 잡았고, 대표곡인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Send in the Clowns)’는 대중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우리에게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도 익숙하다.

▶‘스위니토드’ 원미솔 음악감독이 말하는 손드하임 음악=9년만에 재연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와 박용호 에이리스트코퍼레션 공연사업부문 대표가 공동 제작한다. 손드하임과 오랜 시간 협업해 온 에릭 셰퍼가 연출을 맡았고, 음악감독과 지휘는 국내 뮤지컬 3대 음악감독으로 꼽히는 원미솔 씨가 맡았다.

손드하임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스위니토드’는 아름다움에 매료돼 길을 잃게 만드는 작품이다. 비유하자면 ‘영국식 정원’ 같달까.

그러나 여전히 호불호는 나뉜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대중적인 멜로디나 색깔로 진행되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드하임 음악에는 인간 본연의 심성을 파고 드는, 계획적이고 복잡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표현했다.

“뮤지컬을 편안하게 즐기려는 분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의 모호함과 치밀함을 좋아하는 분들은 미치도록 좋아하죠.”

원 감독은 특히 ‘스위니토드’ 음악에 대해 “처절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대사와 음악의 밀접성이 관건이에요. 스위니토드는 그게 기가 막히게 잘 돼 있어요. 잔혹한 복수극인데도 위트가 넘치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심리 등 시대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복잡미묘한 심리가 음악 안에 녹아 있어요. 또 끔찍한 장면이라고 음악이 끔찍하거나, 웃기는 장면이라고 음악이 웃기거나 하지 않아요. 소름과 전율이 느껴지는 스위니의 음악들은 무섭거나 끔찍해서가 아니라 이야기와 음악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죠.”

원 감독이 꼽은 ‘스위니토드’ 베스트 넘버는 ‘발라드 오브 스위니토드’. 전체 작품을 관통하며 계속해서 변주되는 앙상블 곡이다. 그는 “처음에는 멋있었지만 어떤 때는 소름 돋고 또 어떤 때는 감동적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om

[참조=아카데미오브어치브먼트(Academy of Achievement), www.achievement.org]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