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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는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지 않다
[HOOC=이정아 기자] 우리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흔히 물고기에 빗대서 이야기합니다. 두뇌가 단순한 금붕어는 기억력이 수 초에 불과해 ‘멍청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물고기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만큼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호주 퀸즐랜드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열대어인 ‘물총고기(archerfish)’가 들어있는 수조 위에 모니터를 두고 모니터에 44명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그 뒤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 사람의 얼굴 사진과 다른 낯선 사람의 얼굴 사진을 나란히 보여줬습니다.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얼굴의 색이나 밝기를 바꾼 얼굴 사진 등이었죠.

(*) 실험영상: 익숙한 얼굴에 반복적으로 물총을 쏘는 물총고기의 모습



그런데 놀랍게도 물총고기는 익숙한 사람을 86%의 확률로 찾아냈습니다. 물총고기가 10번 중 8번 이상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향해 물총을 쏜 것이었는데요. 물총고기는 입 안에 물을 모은 뒤 빨대처럼 생긴 입 구조를 이용해 물총처럼 물을 쏴 물 밖의 곤충 등을 맞춰 떨어뜨린 뒤 잡아먹습니다. 케이트 뉴포트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물총고기는 물총을 통해 특정 대상을 지목하기 때문에 뇌 부위가 없는 물고기 연구 대상으로 제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 외에도 최근 ‘물고기가 멍청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생물다양성·수의학·비교의학 연구소의 펠리시 헌팅포드 명예교수에 따르면 기억력이 15초에 불과한 물고기도 그 짧은 시간 내에 얼마든지 위험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습니다.

[사진=Dr. Cait Newport]

송어의 한 종류는 낚시꾼의 모습을 기억해 같은 낚시꾼이 나타나면 인지해 도망을 가고, 대구의 경우 낚시 미끼를 물었다가 상처를 입고 도망친 뒤에는 같은 미끼가 다가오면 낚싯바늘이 있든 없든 물지 않습니다. 일부 물고기는 사람이 쳐놓은 정치망의 위치를 알고 피해 다니고요. 산호초와 암반지대에 사는 물고기 등은 주변 지형을 기억하기도 합니다. 각종 부유물을 타고 이동하거나 도구를 이용해 집을 짓는 물고기도 있고요.

한편 ‘물총고기’가 사람의 얼굴을 구분한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7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됐습니다. 뉴포트 연구원은 “물총고기 외에도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종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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