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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조합이 가능해?…9인의 대배우가 만드는 ‘햄릿’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 뭉쳐
-햄릿 역 유인촌 “마치 처음 연극하는 것처럼…나이는 잊기로”
-연출 손진책 “배우들의 존재감만으로 승부 내는 작품 될것”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권성덕(75), 전무송(75), 박정자(74) 손숙(72), 정동환(67), 김성녀(66), 유인촌(65), 윤석화(60), 손봉숙(60)까지. 이들을 한 무대에서 본다는 건 동시대 연극팬들에게 행운이다. 최근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등 이른바 ‘어벤저스급’ 연기자들을 한 데 불러 모은 것과 겹쳐지는 일종의 ‘사건’이다.

배우 9명 평균 나이가 68.2세라느니, 막내가 환갑이라느니 하는 ‘숫자놀음’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 무대에 서는 일은 여전히 “처음 연극하는 마음”(유인촌)을 갖게 만들고, “악몽을 꾸게 만드는”(박정자) 긴장의 연속이다. 

맨 위 왼쪽부터 차례대로 권성덕, 유인촌, 전무송, 정동환, 박정자, 손숙, 김성녀, 손봉숙, 윤석화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 조합을 가능하게 한 건 무엇보다도 한국 연극계 거목 고(故) ‘이해랑(1916-1989)’ 선생이다. 9명의 배우 모두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었고, 올해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한 무대에 섰다.

또 다른 ‘공로자’가 있다면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다. “뮤지컬 제작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텐데 쪼그라든 연극계를 위해 손해보는 장사에 나선”(손숙) 박 대표가 이 사건을 만든 또 하나의 주역이다. 그 역시 2014년 ‘제24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았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13회), 무대디자이너 박동우(16회) 등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을 포함,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고, 무용가 안은미가 안무를 맡았다.

대가(大家)들이 만들 작품은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 연극 ‘햄릿’은 1951년 이해랑 연출로 국내 최초 전막 공연이 이뤄졌다. ‘햄릿’을 선택한 건, 이해랑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한 것이면서 동시에 연극의 고전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대가들의 ‘정공법’이기도 하다.

“원작에 충실하되 불필요한 모호함은 없는”(배삼식) 동시대 ‘햄릿’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손진책 연출은 “햄릿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서양식 옷을 입히지도 않고 동양적 해석도 지양했다. 우리가 만드는 햄릿은 배우의 연기 그 자체, 존재감으로 승부를 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과 제작진.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를 위해 무대도 달라진다. 액자 형식의 ‘프로시니엄’ 무대가 아닌, 원형극장을 연상시키는 등받이 없는 객석이 무대에 깔리는 형태다. 배우들의 연기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끔 무대를 평면화했다.

손 연출이 배우들에게 주문한 건 “연기하지 말 것, 욕심내지 말 것”이다. “평생을 연기하며 살았으니 이제 연기하지 말아라”는 주문에 대배우들은 마치 처음 무대에 서는 신인처럼 큰 과제를 떠안았다.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로 남자 역을 맡게 될 김성녀는 연출가의 주문에 “가장 진솔한 연기”로 답할 예정이다. 나이는 물론, 성 역할까지 ‘전복’시킨 이 작품은 그로 하여금 “역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고 들게 만드는 중이다. 김성녀 뿐만 아니라 박정자와 손봉숙도 각각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어스와 햄릿의 또 다른 친구 로젠크란츠 역으로 남자 역할을 소화한다.

주인공 햄릿은 유인촌이 맡는다. 그에게는 여섯번째 햄릿이고, 16년만의 햄릿이다. 그 사이 배우 유인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08-2011) 등을 거치며 공직자로 ‘굴곡’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햄릿 옷을 입은 ‘은발’의 유인촌은 “나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일단 나이는 다 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습실 분위기에 대해 “마치 처음 연극하는 것처럼 모든 배우들이 진지하다”며 “(그간의) 경험이 나이라는 과제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인촌이 연기하는 햄릿에 대해 손숙은 “어느 젊은 배우가 저렇게 해낼수 있을까 하는 걸 느꼈다. 나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공연은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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