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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가 낳은 불신시대 ②] 선진국은 주민이 정부에 행정소송 가능…한국만 ‘관대’
-한국법제연구원 보고서, 한국 미세먼지 기준 WHO 기준보다 2배 관대

-독일은 미세먼지 행정소송 인정, 일본은 위반차량 주인 공개 등 엄격 제재

-연구진 “한국인이 미세먼지에 강한 체질 아니라면 글로벌 기준 따라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매년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책이 사실상 제자리 걸음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에 비해 유독 관대한 우리의 대기 환경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한국법제연구원이 발간한 ‘미세먼지오염 저감을 위한 대기관리법제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24시간 평균을 기준으로 미세먼지가 50㎍/㎥(세제곱당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가 25㎍/㎥을 넘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더 엄격해서 하루는 25㎍/㎥, 연간 평균치 10㎍/㎥ 이하를 권고한다. 그 이상의 농도에 노출될 경우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 관련 이미지.

독일ㆍ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과 캐나다ㆍ호주 등 주요 선진국도 WHO의 기준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4시간 기준으로 미세먼지는 25㎍/㎥, 초미세먼지는 15㎍/㎥ 이하만 허용하고 있어 전세계에서 대기질에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을 살펴보면 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기준 100㎍/㎥, 초미세먼지의 경우 50㎍/㎥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연간 평균치는 미세먼지가 50㎍/㎥, 초미세먼지는 25㎍/㎥로 제한한다. 이는 중국의 미세먼지 기준치보다는 다소 엄격하지만, WHO 기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관대한 셈이다.

각국의 개별적인 정책을 봐도 시민들의 건강권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독일은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24시간 평균 50㎍/㎥, 연간평균 40㎍/㎥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5년 19만톤에 달했던 독일의 초미세먼지는 2013년 11만톤으로 41% 감축됐지만 여전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만약 환경기준을 초과했음에도 해당 지역 관할행정청이 아무런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지역 거주자는 자신의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해당 관할 행정청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심지역의 경우 낡은 경유차 등 오염물질 고배출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EZ)을 설정해 운영 중이다.

주요국가의 미세먼지 환경 기준. [자료=한국법제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미국의 청정대기법(CAA)도 대기 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정대기법은 발전소를 비롯한 고정오염원과 자동차 등의 이동오염원을 구분해 188개에 달하는 대기오염원 리스트를 명시하고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규율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리스트는 8년마다 업데이트 돼서 산업변화에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디젤 차량에 대한 도로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 시 차량소유주의 이름을 공개하고 50만엔의 벌금을 부과한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도 조례를 통해 디젤차량에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 측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세먼지 오염에 유독 강한 체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인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기준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존중해야 한다”며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미세먼지 저감 정책들이 강력하게 수립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약한 미세먼지 환경기준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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