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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땅에 떨어진 넥슨과 네이버의 도덕성
IT업계에는 ‘황금학번’이 있다. 서울대 86학번들이 주류다. 쟁쟁한 IT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황금학번’ 출신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이 그들이다. IT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중심축으로 만들었던 인재들이 운명처럼 한 곳에 모였던 셈이다.

최근 ‘황금학번’은 일그러진 학연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몇몇 IT기업들을 정조준하면서부터다. 시발점은 넥슨의 주식특혜논란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정주 NXC 회장의 오랜 지기인 진경준 검사장(연수원 21기)은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때 넥슨 주식을 처분해 120억원대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밝혀져 의혹이 불거졌다. 한동안 잠잠하던 논란은 최근 넥슨이 비상장 주식을 진 검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에게 회삿돈까지 빌려주며 넘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점화됐다.

물고물리는 거짓해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진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개인자금과 가족들 돈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다. 김 대표는 서울대 82학번 선배다.

수상한 자금거래는 ‘황금학번’ 선후배들을 검찰의 칼날 앞으로 불러모았다. 검찰은 진 검사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김 회장 등도 검찰 소환 대상으로 거론된다. 비상장주식 거래에 오너가 주도적으로 개입했는지 등 상세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주식을 사들인 이후 10년동안 회사와 오너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김상헌 대표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도 확산됐다. 김 대표 역시 진 검사장과 같은 시기에 넥슨의 회삿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해 큰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상장을 앞둔 네이버로서도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호텔롯데과 유사하게 진척될수 있어서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장일정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상한 돈거래는 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악재다. ‘황금학번 신화’도 빛바래진 셈이다.


산업섹션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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