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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롯데 상장 일정 연기…‘입점 로비’ 유탄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올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15일과 16일 수요예측을 거쳐, 21~22일 공모청약, 24일 청약금 납입 완료 등 IPO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29일까지는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6일부터는 홍콩을 시작으로 1주일 정도 싱가포르와 런던 등을 돌며 해외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외 IR 행사가 연기됐다. 자연스레 그후 다른 일정들도 늦추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늘 관계 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향후 상장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된 것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수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위해 신 이사장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 2일 검찰이 롯데면세점과 신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주에는 신 이사장이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압수수색 당시만 해도 호텔롯데와 상장 주관사단은 예정된 상장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이 같은 의혹에 대한 내용을 기재했고, 수사 대상인 신 이사장이 그룹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K-뷰티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면세점에 인기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일이 로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호텔롯데 측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호텔롯데 측은 이날 협의를 거쳐 새로운 상장 일정과 조건 등을 오후께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단순히 관련 기관과 협의를 거쳐 수정된 내용으로 상장 절차를 진행할지, 입점로비 수사까지를 모두 털고 난 다음에 상장을 추진할지 여부다.

호텔롯데는 예상보다 공모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으며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호텔롯데는 희망 공모가를 주당 9만7000~12만원 정도로 정했으나 시장에서는 면세점의 경쟁이 극심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가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모 과정에서 호텔롯데의 몸값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핵심 사업부인 면세점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제 값을 받으려면 검찰 수사가 끝날 때를 기다려야 하지만, 수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마냥 지켜볼 수만도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면세사업부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는 점은 향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은 연매출 6000억원 상당의 월드타워점 부활과 직결되어 있어, 호텔롯데 기업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호텔롯데 규모가 크고 가격도 비싸 고민이었는데, 신 이사장 연루로 인해 사실상 흥행 참패가 예고된 상황”이라며 “신 이사장 일을 모두 털고 가야 기관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예비 상장심사를 통과한 이상 큰 이변이 없다면 6개월내인 다음달까지는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그 안에 검찰 수사라는 악재를 다 해결하지 못하고 단순히 서류상의 일정만 변동시켜 상장을 진행한다면, 호텔롯데의 몸값은 더 깎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 공모가가 주당 10만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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