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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INSIDE]‘헌팅남’ 본드가 한국 언론에 남긴 숙제들
[HOOC=서상범 기자]아시아 각국을 돌며 여성들을 헌팅하고, 그들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올린다는 백인 남성. 바로 미국인 데이비드 본드(본명 데이비드 캠벨)의 이야기입니다.

아시아 각국의 비난이 되며 입국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유명인이 된 그가 최근 “한국 고마워요(Thanks, Korea)”라는 글을 써 화제가 됐는데요. 
사진=데이비드 본드 홈페이지 캡쳐

그가 한국에 감사함을 표현한 이유는 상당히 뼈아픕니다.

본드는 지난 9일 해외 매체인 라이스 데일리를 통해 “그동안 자신의 행각은 모두 거짓이었다”며 “의도적으로 언론을 속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매체들은 본드가 성관계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돈을 받고 팔고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 그는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이 있다는 것은 거짓이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홈페이지의 트래픽은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 트래픽을 통해 2년동안 월세를 낼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성관계 영상에 대해 경쟁적으로 보도를 한 언론들이 결국, 자신의 홈페이지 광고를 해줬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한국 언론의 보도로 인해 사이트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본드는 ‘데이비드 본드, 한국에 가다’라는 가짜 동영상을 제작해 올렸는데요. 이 영상을 접한 한국 언론들은 ‘야동 헌팅남’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본드의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HOOC 역시 지난 4월 관련 소식을 접했지만, 자극적인 소재일 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진=라이스 데일리

한편 이에 대해 본드는 “나는 거짓말을 했지만, 언론들은 이에 대해 확인조차 없이, 나의 거짓말을 그대로 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본드가 이렇게 언론을 가지고 놀 수 있었던 것은 자극적인 주제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전하는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을 경험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2014년에 ‘내 친구가 중국 남자의 여자친구를 훔치는 장면’이라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는데요. 하지만 이 영상은 실제로 여자친구를 훔치는 장면이 아닌, 다소 장난스러운 영상이었고, 이에 대해 본드는 홍콩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사실관계를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언론들의 관심은 사실보다는, 아시아 여성을 희롱하는 백인 남성에만 집중됐었다”며 “이 사건을 보며 자극적인 소재에 목을 매는 언론의 속성에 대해 알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본드의 이번 인터뷰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의 주장대로 정말 성관계 동영상은 없었는지, 언론의 선전으로 인해 2년치 월세를 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사실 이번 본드의 주장 역시 어쩌면 그의 장난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미디어 오늘]은 “헌팅 야동으로 월세 벌었다” 한국 언론 두 번 농락?“이라는 기사를 통해 “본드가 한국 언론들이 자신에게 재차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또 다시 기사화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따라서 그의 기고글 역시 거짓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디어 오늘 관련 기사=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0328
 
본드의 고백 이후 나온 한국언론들의 기사

하지만 이번 본드의 ‘고백’이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점은 큽니다.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다른 언론사들보다 한발 먼저 써야 한다는 속도경쟁, 자극적인 소재에 대한 집착 등이 이번 소동의 원인이 된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언론들이 현재의 보도 행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본드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HOOC 역시 그동안 만들어왔던 콘텐츠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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