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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위해 ‘화석연료 줄이기’…게이츠재단, 석유주식 또 팔았다
세계 최대의 민간 자선재단으로 꼽히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이 보유하고 있던 영국 석유회사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의 주식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재단 차원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오히려 재단의 투자수익률 관리 차원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빌앤멜린다재단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석유회사 BP의 주식 1억8200만달러치를 모두 매각했다. 한화로는 약 22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이후 화석연료회사 보유주 85% 매각


이번 매각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재단은 2014년 이래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화석 연료 관련 회사 주식을 꾸준히 매각해왔다.

특히 지난해에 많은 양을 매각했다. 이미 BP그룹의 주식을 매각하기 전에 미국 석유화학 회사인 엑손(Exxon)의 주식 800만주를 팔아 치운바 있다. 규모가 8억2500만달러에 달했다. 이로써 재단은 2014년 이후 보유하고 있던 화석연료 관련 회사 주식의 85%가량을 모두 매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단이 자신들의 자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계획이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매각 동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게이츠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스콧 몽고메리(Scott Montgomery) 워싱턴 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게이츠 재단의 엑슨 주식 매각은 재정적인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라며 “재단이 윤리적 차원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청난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이익 안정성이 높은 석유사업 분야의 기업에 전혀 투자하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온난화 해결 vs 재단수익 보호…엇갈린 분석


하지만 모든 이들이 재단의 의도를 순수하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재단이 주식을 팔기 시작한 지난 가을 빌 게이츠는 미국의 월간지 아틀란틱(The Atlantic)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주식의 매각은 기후 변화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이 지구 환경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가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석유회사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재단 ‘포트폴리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최근 몇년새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의 투자 수익률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리서치 전문 회사인 나잇츠(Corporate Knights)는 게이츠 재단의 투자 현황을 분석해 지난 3년동안 재단이 약 2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의 오일 주식 매각 행보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 이들은 석유가격 급락으로 BP그룹이 지난해 무려 65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연 손실을 냈다는 사실도 주목한다. 계속해서 오일 가격이 낮게 형성될 경우, BP가 ‘최대 투자 포인트’였던 배당금을 크게 삭감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속내 알 수없지만 환경보호엔 ‘긍정’시그널

재단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환경 보호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게이츠 재단의 이러한 행보를 보이면서 화석 연료 산업과 관련한 투자를 철회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이츠 재단이 엑손 주식을 매각한 후 관련 논쟁이 불이 붙었다. 엑손이 그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투자자들과 대중을 오도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연방정부와 관련 주정부에서 이에 대해 조사 중이기 때문이다

한편 화석연료 산업투자 철회운동에 참여하는 또다른 이들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석유왕’ 록펠러 재단이다. 록펠러 재단이 환경 오염의 주범인 화석 연료 산업에 손을 떼겠다고 밝힌 것이다. 록펠러 재단은 엑손모빌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엑손모빌은 록펠러를 19세기 최고 부자로 만든 오일 회사 스탠다드 오일이 그 전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엑손이 화석 연료에 투자한 자금은 현재 1억3000만달러(약 1535억원) 수준이다. 그들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재작년부터 화석연료 산업이 아닌 대체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화석 연료 산업 투자 철회 운동을 주도하는 알렉 코논(Alec Connon)은 “게이츠 재단이 그들의 환경 보호 의도를 확인받기 위해서는 나머지 15%가량도 최대한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현종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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