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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vs 늑대떼’ 독한 테마파크 전쟁
지난달 중국 장시성 난창시에 ‘완다시티’ 오픈
개장 앞둔 상하이 디즈니와 테마파크 패권 다툼
영화산업 등 엔터테인먼트 ‘왕좌자리’ 신경전도



지난달 28일 중국 장시성 난창시. 이 곳에 처음 문을 연 테마파크 ‘완다시티’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백설공주와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한 이들이 관광객을 맞았다. 그들은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마치 디즈니랜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백설공주와 캡틴아메리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월트디즈니는 즉각 딴죽을 걸고 나섰다. 완다시티가 디즈니의 지적재산권을 취했다는 것이다.

‘호랑이 한 마리’(디즈니랜드)와 ‘늑대 떼’(완다시티)의 독한 테마파크 전쟁이 시작됐다. 중국 테마파크가 주 무대지만 알고보면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패권을 놓고 수성(守城)이냐 아니면 빼앗냐의 독한 경쟁이다. 이날 벌어진 지적재산권 다툼은 두 골리앗의 전초전의 축소판이라는 얘기다.

완다시티 가상 모형도. 왕젠린은 중국 총 20개소에 완다시티를 개장할 계획이다.

호랑이 vs 늑대무리의 신경전…‘신구(新舊) 권력’간 알력 다툼=블룸버그 통신은 디즈니가 지적재산권을 언급하며 완다 그룹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두 회사간의 경쟁이 커지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구 권력’ 간 알력 다툼이라는 것이다.

완다시티는 사실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다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인 첫번째 테마파크다. 완다그룹은 중국 최고 부호 왕젠린이 이끌고 있다. 무려 32억 달러(3조8000억 원)가 들어간 이곳은 2㎢의 면적에 놀이공원, 영화관, 수족관, 호텔, 쇼핑몰 등이 대거 들어서 있어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완다는 특히 이곳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중국 내에서만 15개 테마파크를 개장, 명실상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방침이다. 왕젠린 완다 회장 역시 개막식에서 “완다는 문화, 관광, 오락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목소리를 내기를 희망한다. (완다시티는) 그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이다”라고 밝혔다.

마침 디즈니는 난창 완다시티로부터 고속철로 4시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하이에 오는 16일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개장할 예정이다. 어느 모로 보나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투자금이 55억 달러(6조5300억원), 면적은 4㎢로 각각 완다시티의 두 배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다. 아직 정식 개장하지 않았음에도 방문객이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왕젠린 회장.

완다는 그간 꾸준히 디즈니에 견제구를 날리며 도발해왔다. 왕 회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디즈니랜드를 ‘호랑이 한 마리’에 비유하며, 중국 전역에서 개장하는 완다의 ‘늑대 때’(완다시티)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디즈니는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해 발전가능성이 미미하고 이제는 예전 것들을 자기복제하는 수준”이라는 발언도 했다. 그는 특히 디즈니랜드를 ‘서구 문화의 침입’에 비유하고 “완다의 사명은 중국 문화 브랜드를 세계에 심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해 디즈니와 완다의 대결을 서구 문화와 중국 문화의 대결로 포장했다.

물론 완다시티 개장 첫날부터 벌어진 백설공주 지적재산권 갈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완다의 역량은 아직 디즈니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완다시티에 다녀온 난창 주민 리우술린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완다시티는 좋게 말해도 평범한 수준”이라며 “세부적인 측면에서 조악하고, 서비스도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완다몰에는 백설공주와 캡틴아메리카 외에도 쿵푸팬더, 포켓몬스터 등 서방의 캐릭터들이 판매되고 있어,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디즈니랜드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입장료가 그나마 가진 경쟁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가 완다를 견제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테마파크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관관 시장 규모는 6100억 달러에 달한다. 내수와 서비스 산업 주도 성장을 노리고 있는 중국 정부는 중산층이 성장하면 2020년에는 관광 시장 규모가 두 배로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020년이면 중국의 테마파크 수요가 지난해 2배 규모인 2억2100만명에 이르러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디즈니 외에도 유니버셜스튜디오가 2019년 베이징에, 드림웍스가 2018년 상하이에, 식스플래그스가 2019년 톈진에 테마파크를 연다.

전선은 중국 바깥으로까지 넓어져 가고 있다. 완다는 지난 2월 프랑스 유통 체인기업 이모샹(Immochan)과 30억유로(약 3조9700억 원) 계약을 맺고, 파리 외곽에 ‘유로파시티(EuropaCity)’라는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바 있다. 이는 인근에 있는 유럽 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로 파리 디즈니랜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해 말까지 각각 최소 31억달러에서 최대 41억달러의 투자비를 들여 해외에 테마파크 건설 계약을 두 곳 이상 따내겠다고 발표해, 2020년까지 중국 바깥에 2~3개의 테마파크를 열 계획이다. 관광객이 많은 런던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테마파크는 전초전이다…세계 엔터테인먼트 패권 경쟁=하지만 이처럼 테마파크를 둘러싼 디즈니와 완다의 알력 다툼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왕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완다의 확장세가 단순히 테마파크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화 콘텐츠는 테마파크를 채울 내용물을 공급해준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이에 완다는 영화 산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중국 최대 극장 체인인 완다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와 카마이크(CARMIKE)를 인수해 북미 최대 극장체인으로 부상했으며, 호주 영화체인 호이츠(HOYTS)도 인수해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극장 체인 업체로 부상했다.

단순히 플랫폼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콘텐츠 제작 능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영화 스튜디오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를 만든다거나, 영화 ‘쥬라기공원’, ‘인터스텔라’ 등을 제작한 미국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올해 초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 최근 아시아 애니메이션 콘텐츠 발굴을 위한 ‘한중 협력 프로젝트’에도 참가하는가 하면, 부산시와도 1000억 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또 지난달 13일에는 중국 모바일 게임업체인 홀라이게임즈를 인수해 게임 산업에까지 발을 들였다.

영화와 테마파크로 왕국을 건설한 디즈니와 머지않아 엔터테인먼트 왕좌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훈 기자ㆍ슈퍼리치팀 김세리 인턴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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