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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 저도 아닌 유가 50달러 시대…이빨 빠진 호랑이 OPEC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 상한 설정 합의에 실패한 가운데 배럴당 50달러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유가로는 국제 경기 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결정자로서의 OPEC의 힘도 다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가 변동과 산유국들의 경제 전망에는 한층 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OPEC 합의 실패로 우선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50달러 근처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 감소 등으로 다소 오른 정도다.

배럴당 50달러의 유가로는 현재 상황에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유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줄일 정도로 낮은 가격도, 재정난에 봉착한 산유국들이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애매모호한 가격 수준으로 현 상황을 유지시키는 역할만 한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배럴당 50달러의 유가에 걸프국들은 1분기 대비 올랐다며 환호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이라크, 리비아, 알제리 등 ‘5대 취약국’에게는 여전히 ‘최악’ 수준이다. 국가 재정의 95%는 석유로 수출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올해 경제 규모는 8%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위기에 OPEC에 감산을 요청했지만 점유율 싸움과 함께 아직 버틸 만한 걸프국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처럼 이미 위기 상황이지만 앞으로 더 나쁜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유가 조정자로서 OPEC의 기능과 힘이 더이상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셰일업계를 포함한 비(非) OPEC 산유국의 산유량 확대와 점유율 증가로 OPEC의 원유 시장 독재는 종결됐다고 전했다. 감산이나 동결에 나서도 OPEC의 의도와 같이 유가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1970년대 OPEC은 전 세계의 산유량의 절반을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은 4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카타르 총리도 최근 석유업계 콘퍼런스에서 “OPEC은 더 이상 전 세계 산유량을 쥐고 흔드는 생산자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도 저도 아닌 배럴당 50달러선의 고통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는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45~5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 중론이다.

한편,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우리의 입맛대로 굴러가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알팔리 장관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시장이 기능하도록 두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알팔리 장관은 또 OPEC이 산유량 동결에 나설 경우 이란도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산유량을) 동결한다면 이란도 다른 국가처럼 동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국가가 각자의 원유 생산을 관리할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여지를 열어두기는 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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