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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에 무료 ‘코딩대학’설립…佛 통신부호의 승부수
이통사 ‘일리아드’ 창업주 자비에 니엘
1억달러 투자 ‘42코딩스쿨’ 11월 개교
“IT인력 육성” 기치 속 美 진출 포석

파리도심에 ‘창업 인큐베이팅’ 오픈
전세계 1000개 스타트업 입주 계획도



프랑스 이동통신사 ‘일리아드(Iliad)’의 창업주인 자비에 니엘(48)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무료 ‘코딩대학’을 설립한다. 코딩(Coding)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말한다. 니엘은 사재 1억달러(1182억원)를 털어 ‘42코딩스쿨(42 Coding School)’을 짓는다. 42코딩스쿨은 니엘이 2013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에콜42’ 코딩스쿨의 미국 캠퍼스다.

올 11월에 문을 여는 42코딩스쿨은 18~30세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학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코딩 지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수업료는 물론 기숙사비도 받지 않는다. 니엘은 평소 “운이 좋았던 덕분에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며 “창의성과 창업 의지를 가진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해왔다. 

프랑스의 이동통신사‘ 일리아드(Iliad)’의 창업주인 자비에 니엘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무료‘ 코딩대학’을 설립한다. 올 11월에 문을 여는‘ 42코딩스쿨’은 학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만인에게 기회를”=42코딩스쿨의 이름은 더글라스 애덤스의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왔다. 이 책에서 인간들은 엄청난 슈퍼컴퓨터를 만든 후 ‘삶과, 우주, 만물에 대한 궁극적인 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에 컴퓨터가 750만년 동안 계산해서 얻은 값이 바로 ‘42’다. 42코딩스쿨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한 세계의 궁극의 답을 찾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포브스에 따르면 42코딩스쿨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카운티에 있는 프리몬트(Fremont) 시에 들어선다. 1만8580㎡(약 5620평) 규모로 건설비용은 6200만달러(732억원)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포함된다. 7803㎡(약 2360만평) 규모의 기숙사는 소외계층 학생들에 무상으로 제공된다.

42코딩스쿨 캠퍼스는 글로벌 IT 기업과도 인접해 있다. 본래 디브라이(DeVry) 대학이었던 이 부지는 먼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사옥과 다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42코딩스쿨에 들어가려면 우선 학교 웹사이트(https://www.42.us.org/)에 등록을 하고 온라인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어떤 코딩경력도 필요치 않는다.

여기서 상위점수를 받은 3000여명의 학생들은 4주간 심화코딩 수련원에 입소하게 된다. 매주 7일간 하루 10~15시간 매달려야 하는 타이트한 코스다. 이를 위해 학교는 무료 기숙사도 제공한다.

4주간의 초기 심화과정을 통과한 학생 1024명은 오는 11월 문을 여는 42코딩스쿨의 정식 학생이 된다. 42코딩스쿨의 학생들은 수많은 프로그래밍 과제를 부여받고, 소그룹에서 협업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 지도는 없다. 모든 프로젝트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오픈 에듀케이션’ 방식을 취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과정과 작업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캠퍼스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문을 열고 신형 아이맥(iMacs) 2000대와 초고속 인터넷, 엄청난 용량의 저장서버 등이 지원된다. 


니엘이 美 코딩스쿨 설립한 진짜 이유=니엘은 글로벌 IT인력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억만장자로 꼽힌다. 파리와 실리콘밸리 코딩스쿨은 물론 올해 말에는 파리 도심에 세계 최대규모 3만4000㎡의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열어 전세계 1000개의 스타트업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니엘측은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코딩스쿨을 설립한 배경에 대해 개발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0년까지 140만개의 코딩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만 관련인력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40만명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니엘 측 관계자는 “42코딩스쿨의 혁신적인 모델이 이같은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학자금대출이 이미 신용카드 대출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너무 비싸서 일반적인 노동자계층이 감당하기 힘들다”며 무상교육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니엘이 미국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42코딩스쿨을 기획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엘이 이끌고 있는 프랑스 이동통신사 ‘일리아드’는 2년 전 미국 이통사 ‘T모바일’을 150억달러에 인수하는 실패했다. 포브스는 “니엘이 42코딩스쿨을 실리콘밸리에 설립하는 것은 미국 투자자와 기업가들 사이에서 그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또다른 방법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은 니엘을 보다 의미있게 대할 것이고, 이는 그가 미국시장에서 새로운 운(運) 거머쥐게 될 믿거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음란채팅사업으로 돈방석=고등학교를 중퇴한 니엘이 프랑스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밑천은 음란채팅사이트였다.

니엘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인 1986년 당시 19세의 나이에 통신망을 이용한 음란물 유통에 뛰어들었다. 이후 전화모뎀을 이용한 통신망 서비스 ‘미니텔’(Le Minitel)을 통해 남녀 채팅ㆍ데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그는 ‘훔쳐보기’, ‘음란채팅’ 등의 자극적인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아 일 년만에 수천달러의 수익을 냈다. 그가 벌인 사업은 ‘대박’이었지만, 음란채팅을 부추기고 자사의 서비스를 성인용품 사업과 연계한다는 의혹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채팅 사이트를 매각한 후에는 1995년 프랑스 최초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 ‘월드넷’(World-NET)에 투자한 후 나중에 이 업체를 아예 인수했다. 그는 이듬해 회사 이름을 ‘일리아드’(Iliad)로 변경한 후 프랑스 대표 이동통신사로 키워냈다. 이후 자회사인 프리(Free)를 설립해 초고속인터넷 접속과 저비용 휴대전화 서비스로 수십억달러의 부를 축적했다. 그의 순자산은 81억달러(9조5724억원ㆍ포브스기준)로, 프랑스 부호 7위ㆍ전세계 129위다.

천예선ㆍ민상식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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