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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이랬다 저랬다…오락가락 신상공개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경찰이 수락산 사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신상공개는 피의자 김학봉(61) 씨가 ‘편집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피의자 신상을 미공개한 강남역 사건 때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일 “신상공개위원회에서 피의자 김 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나이가 많은 여성인 피해자의 목을 칼로 여러 번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해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피해를 발생시켰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김 씨 DNA가 검출되고 범행에 쓰인 흉기가 발견되는 등 충분한 범행증거도 있다”며 신상 공개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경찰은 “신상 공개를 통해 재발 방지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이 김 씨의 ‘편집 조현병’ 병력을 밝히면서도 공개를 결정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지 않았던 ‘강남역 살인사건’과는 차이점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 2010년 4월에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에 따르면 검사와 관할 경찰서 등 수사 기관이 범행 잔인성ㆍ충분한 증거ㆍ신상 공개의 공익성 등을 판단해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관할경찰서는 특강법 8조 2항에 따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신상 공개를 결정한다. 하지만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피의자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는 ‘미공개’, 수락산 살인 사건을 수사한 노원경찰서는 ‘공개’ 결정을 내놨다.

하지만 각 경찰서마다 꾸려지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공개 기준이 모호하고 위원회 구성ㆍ운영이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맡겨져 있어 신상 공개여부가 오락가락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강남역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는 “범행의 잔인성은 인정되지만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행인 만큼 피의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고 신상 공개로 인한 범죄 예방이나 재발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피의자 김모(34) 씨의 신상 미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락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조현병 부분보다 재범 우려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봤다”며 “이렇게 잔인하게 범죄를 저지르면 신상을 공개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강법이 개정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이처럼 아직까지 공개 기준이 모호해 뚜렷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도 “범행의 잔인성 정도나 범죄예방효과 여부 같은 기준이 모호한 것은 인정한다”면서 “신상 공개 기준 통일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달 안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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