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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화두는 ‘관객’
“아시아가 아시아를 바라본 적 있는가?” 이 질문은 획기적이었다. 동시대 아시아 예술이 이룬 업적에 무지했던 예술계에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물음이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비주류 혹은 비인기여서 추후로 미뤘던 ‘아시아 예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선구자로 나섰다. 김성희 예술극장 예술감독은 “아시아가 아시아를 서로 바라보고 스스로 동시대 예술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작품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아시아 동시대 예술의 허브’란 비전을 가지고 출발한 ACC는 지난 28~29일 공연된 남아공 출신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을 끝으로 15/16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9월 개관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년 채 안 된 기간 동안 ACC가 이룬 업적은 수치로 증명할 수 있다. ACC가 자체제작 혹은 외국기관과의 공동제작으로 탄생시킨 작품 21편이 유럽,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145곳을 순회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런던 테이트모던, 파리 퐁피두센터, 베를린 민중극장 등 유럽의 주요 문화 랜드마크에서 ACC가 배출한 작품이 아시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업비 5조300억원. 국비로 운영되는 이 공간은 ‘숫자’로 따져보면 단연 국내 최고이자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연면적 16만1237㎡)로 서울 예술의전당(12만8000㎡)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표한 ‘예술활동지수(2014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활동지수를 6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광주는 47.1점에 불과했다. 서울과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투자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이곳을 국민이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작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통구조를 확보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아직 풀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바로 관객 확보의 문제다.

지난해 10월 공연한 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 경우 객석점유율이 90% 넘는 등 호황을 누렸으나, 그 외 시즌 공연들은 객석을 가득 채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연에 관심 있는 타 지역 관객이 찾기엔 지리적인 약점이 작용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실험적인 작품 위주로 프로그래밍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전당이 지어지기까지 내홍과 외풍이 많았다고 이미 세운 건물을 외면하고 버리는 꼴이 되어선 안 된다. 결국 국민의 재산이니 말이다. ACC는 지역은 물론 전국과 세계에서 찾는 킬러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해 관객의 발길을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ACC 측은 앞으로 대중성을 놓치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희망은 보인다. 아시아로 확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이 향유하는 전당이 되길 바란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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