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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재페 10주년①] 국내 유일 흑자 페스티벌…이름값 했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서울 재즈페스티벌은 명실상부 ‘흑자’ 페스티벌이다. 지난해 열린 수많은 페스티벌 중 ‘흑자’를 기록한 페스티벌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유일하다. 무수히 많은 페스티벌이 매해 4월을 기점으로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지만, 투자금에 비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미미한 상황에서 ‘서재페’는 각종 페스티벌의 ‘희망가’가 되고 있다.

지난 27일 ‘로열 나이트 아웃(Royal Night Out)’이라고 이름 붙인 전야제를 시작으로 28일,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 2016’이 개최됐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서재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총 4개 스테이지를 운영했다. 88잔디마당에 자리잡은 메인 스테이지인 메이포레스트(May forest), SK 핸드볼경기장은 핑크에비뉴(Pink avenue)로, 수변무대는 스프링 가든(Spring garden)으로, 체조경기장은 스파클링 돔(Sparkling dome)으로 운영되며 관객들을 맞았다. 5월의 마지막 주말 서울시민은 모조리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곳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인파가 북적였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처음 방문한 29세 김모씨는 “지나치게 많은 관람객을 받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잡기도 힘들었다.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불편할 만큼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붐비는 인파 역시 ‘서재페’가 성공한 페스티벌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주최사인 프라이빗 커브 측은 “지난해부터 공연장이 4곳으로 늘어난 데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라는 점,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이 많은 관객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수의 증가는 ‘서재페’의 성공을 입증하는 수치다. 2012년 3만명이 찾았던 ’서재페‘는 2014년엔 3만 8000명에서 2015년 5만명으로 관람객이 늘었다.

‘서재페’의 성공은 다양한 라인업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해외 아티스트를 지척 거리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서재페’의 가장 큰 묘미다. 5월 한 달은 특히나 매주 새로운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서재페’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그 해 처음으로 대거 참석하는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올 해의 라인업은 그 어느 페스티벌보다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재즈’ 페스티벌이라지만 알앤비(R&B),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장르의 다변화를 꾀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티스트 데미안 라이스를 비롯해 ‘서재페에서 다시 보고 싶은 아티스트 1위’에 선정된 제이미 컬럼은 물론 킹스 오브 컴비니언스, 바우터 하멜이 전야제를 장식했다. 양일간 진행된 페스티벌엔 재즈 거장 팻 메시니, 코린 베일리 래, 마크 론슨, 제이슨 데를로 등의 해외 아티스트들과 혁오, 에피톤 프로젝트, 장범준, 에디킴이 무대를 꾸몄다. 일각에선 ‘재즈 페스티벌에 재즈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올 만큼 이미 ‘서재페’의 라인업은 다양한 음악장르를 수용하고 있다. 물론 서재페 측의 입장은 다르다.

서재페 관계자는 “올해는 10회째이다 보니 모시기 힘든 팻 메스니와 같은 재즈거장과 함께 했다. 재즈에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선 단독공연으로는 함께 하기 힘든 대형 재즈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대중적인 아티스트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음악시장엔 재즈의 저변이 좁다.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단독공연을 할 때엔 찾아오는 관객의 수가 정해져 있다.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성해 관람을 유도하며 ‘서재페’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재즈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것이 우리 페스티벌의 지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서재페의 전략은 관객 반응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지난 28일 페스티벌을 방문한 20대 후반 이모씨는 신진 재즈 아티스트 커트 엘링의 팬이다. 이모 씨는 “만약커트 엘링이 한국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면 티켓 판매가 저조했을 텐데, 그런 재즈 아티스트의 공연을 대중적인 국내외 뮤지션과 함께 엮어놓으니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은 것 같다“는 반응을 들려줬다.

다채로운 라인업에 걸맞게 ‘서재페’는 음악 페스티벌로서의 역량은 충분히 보여줬다. 27, 28일 양일간 ‘서재페’를 방문한 김모씨(29)는 “라인업이나 부스기획, 음향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전야제는 데미안 라이스, 제이미 컬럼 등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뮤지션들로 라인업이 구성돼 짧은 저녁 행사였지만 진한 여운이 남았다. 기대만큼 음향과 라인업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20~30대 여성 관객들의 유입이 많은 페스티벌이지만 ‘도심형 페스티벌’이라는 점은 가족 단위 관객도 적지 않게 수용하고 있다. 20대 관객들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기타 록페스티벌과 달리 ‘서재페’의 경우 30~40대가 40%나 차지한다. 서재페 측은 “메인 타깃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이지만 ’서재페‘를 찾는 관객층의 분포도는 넓은 편이다. 가족 단위로도 오고,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공연을 찾기도 한다”라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음악도 즐기지만 단순히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페스티벌이 하나의 레저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서재페가 다양한 문화체험으로 확장된 이유다.

무수히 많은 부대시설이 페스티벌 곳곳에 자리하며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주류 브랜드 하이네켄은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SJF 클래스’를 운영했다. 1층에선 맥주를 판매하고 작은 스튜디오에서 뮤지션들의 라이브 토크를 진행했다. 2층에선 아티스들의 경매 행사는 물론 보컬 클래스, 바디 멘토링, 재즈 피아노 교실까지 운영했다. SBS에선 ‘런닝맨’ 부스를 만들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SBS는 ‘서재페’의 공동제작 및 투자사다. 페스티벌의 주관객층인 20~30대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 브랜드의 홍보 부스도 눈에 띄었다.

“음악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을 가까이에서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획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32세, 정모씨)는 반응이 많았지만, 불만도 적지 않았다. 가뜩이나 인파가 넘치는 페스티벌에 스폰서 부스 역시 넘쳐나니 도리어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평들이 이어졌다. 20대 후반 김모씨는 “체험 부스에 줄이 워낙에 길고 붐비다 보니 다른 공연 관람을 위해 이동할 때 너무나 불편했다. 사람에 치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의 동선을 방해한 부스 확장으로 빚어진 탓이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모든 페스티벌은 스폰서에 의존해 기획, 제작된다”라며 “대형 스폰서가 많이 들어올수록 라인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 라인업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를 갖는 것이 공연기획사 입장에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수익구조로 연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소가 스폰서라지만, 즐거워야할 페스티벌에 호객 행위가 넘쳐나는 부스 운영은 눈살을 다소 찌푸리게 했다. 공연장 내부까지 밀고 들어온 부스 운영도 온전히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관람객들에겐 불편함으로 남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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