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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 모씨(51)는 여름철이 다가오면 긴장하기 시작한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최 씨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건 바로 쉴새없이 흘러 내리는 과도한 땀이다. 최 씨는 25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의 때나 회식, 거래처와 중요한 미팅을 하면서 이미지를 구긴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결국 최 씨는 병원을 찾았고 ‘다한증’ 진단을 받고 나서 수술 받을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인체에 땀이 나는 건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우리 몸은 더울 때나 긴장할 때 땀샘이 작동해 땀구멍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키거나 체온을 조절한다. 우리 뇌속의 중추신경이 체온을 조절할 때 나타나는 결과로, 피부 가까운 곳의 혈관을 확장시켜 몸안의 열을 옮긴후 땀을 통해 열량을 발산하는 것이다. 보통 땀 1g에 600㎈가 소모되며, 보통 일반인의 경우 하루에 850~900㎖의 땀을 흘린다.
이런 정상적인 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나거나 너무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편을 느끼게 된다. 움직임이 많지 않은 일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만 하는데도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음식물을 먹기만 하면 머리에서부터 온 몸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격한 운동을 해도, 찜질방 같이 아무리 더운 곳에 있어도 땀이 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땀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지나치게 나지 않는 것은 모두 우리 몸의 부조화가 수정되지 않고 지속되는 병(病))적인 상황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게 되면 각종 영양소가 소화되는 과정에서 열을 발산하게 되는데, 우리 몸은 체온상승을 감지하게 되어 땀을 분비한다. 또한 ‘미각’에 의해 자율신경이 자극되어 땀분비가 되기도 한다. 특히 뜨겁거나 맵거나 시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이런 반응이 더 잘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인 경우에는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까지는 아니다.
식사 중에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 경우는 미각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되면서 이마, 콧등, 입술주위, 가슴의 앞부분 등에 대칭적으로 땀분비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미각성다한증’이라고 한다.
‘다한증’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과도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말한다. 사람들마다 느끼는 증세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특정 부위에서 5분 동안 100mg 이상의 땀이 배출되면 ‘다한증’이라고 정의한다. 다한증이 심하면 손가락으로 볼펜을 못 잡거나 겨드랑이, 발 냄새가 심해 개인생활은 물론 사회생활까지 불편을 초래한다.
간혹 결핵이나 당뇨병, 심장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파킨슨씨병, 척수나 신경계 질환, 뇌의 병변 등이 있을 때에도 다한증이 나타날 수 있다. 땀을 흘리는 정도가 과거와 다르거나 땀의 배출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가져올 정도로 심각하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겨드랑이 땀’이 유독 심한 사람들도 있다. 겨드랑이 부위의 땀은 손이나 발바닥 땀 분비에 비해서 체온에 더 민감하다. 더운 공간에서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겨드랑이 부위에 땀이 많이 고이는 것은 지극히 생리적인 현상이다.
간혹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면 액취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 몸에는 아포크린샘과 에크린샘 이 두 가지 종류의 땀샘이 있는데, 액취증은 주로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피부표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냄새가 나는 것이다. 겨드랑이의 에크린샘에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있다고 해서 아포크린샘까지도 활발하게 기능을 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겨드랑이 부위에 땀이 과도한 다한증이 있을 경우 피부에 세균이나 진균감염이 생길 수도 있고 이로 인해 냄새가 날 수도 있으므로 자주 씻고 땀흡수가 잘 되며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땀이 많이 난다고 병원에 꼭 가야 할까. 대개는 인체의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땀이 너무 많이 나는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땀이 많이 흐르는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밤에 지속적으로 땀이 많이 나면서 체중감소나 이유 없는 피로감, 열감 등이 동반되는 경우, 대칭적이 아닌 한 쪽에서만 땀이 나는 경우는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해서 의사의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